월드컵에서 찾아본 소재의 기술

 

빈 공간을 파고드는 선수, 그 선수에게 날아오는 공인구, 아무리 빠르고 강한 공이라도 사뿐히 발밑에 놓는 첫 터치, 수비벽 사이를 요리조리 허물어버리는 예술에 가까운 드리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공을 차지하는 의지,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드라마 같은 골.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며칠 후면 우리가 원하는 이런 장면을 맘껏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환호하며 보는 월드컵 경기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들기 위한 소재의 기술이 존재한다는 거 알고 있나요? 점차 진화하고 있는 유니폼과 공, 그리고 축구화에 쓰이는 소재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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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의 폴리우레탄

 

월드컵 공인구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검정 오각형(12개)과 하얀 육각형(20개)의 패널(가죽 조각)로 이어진 ‘텔스타’라는 1970 월드컵 공인구는 비가 오면 공이 물을 흡수해서 가죽이 늘어나거나 무거워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후로 공인구는 방수 처리가 쉽고 경량화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인조가죽으로 소재를 바꿨고, 완벽한 구를 만들기 위해 패널 수를 줄여 봉제선을 줄여갔습니다. 실제로 1970년엔 32개이던 패널 수는 2014년 6개로 줄었어요. 다시 말해서 축구공은 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죠.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Al Rihla) / 출처: 아디다스(adidas.com)

 

이번 2022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Al Rihla)’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했는데요, 약간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일단 이번 공인구의 패널 수는 20개로 지난 월드컵에 비해 늘어났어요. 하지만 표면을 폴리우레탄으로 구에 가깝게 처리해 안정성과 정밀도를 확보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폴리우레탄은 합성섬유 형태인데요, 대표적으로 스판덱스가 있어요. 스판덱스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에 일정 함량의 폴리우레탄을 섞어 탄력을 높인 것이라면, 축구공에 쓰이는 폴리우레탄은 각종 혼합물과 섞어 틀에 넣어 형태를 잡아서 만듭니다. 원료는 같지만, 전혀 다르게 만들어지죠. 질기고, 화학약품에 강하며, 탄성이 좋고 방수에도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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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지난 9월 이번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유니폼도 공개되었죠. 이번 선수들의 유니폼엔 ‘드라이 핏’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는데요, 신체에서 열과 땀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에 땀 흡수율을 높이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땀을 흡수하는 흡습성, 바람을 통하게 하는 통기성은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이니 당연한데, 여기에 한 가지 특징이 더 들어 있어요. 바로 친환경 요소입니다. 이번 유니폼은 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되었습니다.

 

효성에도 리젠이라는 친환경 섬유가 있죠. 제주, 여수,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재활용 리젠을 만들고 있어요. 이는 무신사, 플리츠마마,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 공급해 제품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리젠으로 만든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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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축구화의 탄소섬유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어요. 경기 후 알려진 눈 주위 뼈 골절상은 매우 심각해 보였는데요,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내보였죠. 손흥민 선수의 이야기로 시작한 건 이번 월드컵에서 그의 축구화를 눈여겨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신고 출전하는 축구화에서도 소재의 기술을 찾아볼 수 있거든요.

 

탄소섬유가 적용된 아디다스 엑스 스피드포탈 / 출처: 아디다스(adidas.com)

 

손흥민 선수가 신고 뛸 ‘아디다스 엑스 스피드포탈’라는 축구화는 초경량 갑피 소재로 가벼운 착화감은 물론, 끈 없는 디자인이 공의 터치감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해준다고 해요. 또한, 직선거리를 빠르게 돌파해야 하는 상황 등 민첩한 공격이나 공간 활보, 위치 선정, 순발력 등 스피드에 최적화되어 있는 제품이죠. 안정적인 지지력과 탁월한 접지력도 물론이고요. 이것을 가능케 하는 소재의 핵심은 바로 카본, 탄소섬유입니다. 이 축구화의 밑창에 들어가는 플레이트와 뒤꿈치 부분에는 탄소섬유가 적용되었어요. 육상선수들의 운동화에 적용되었던 그 탄소섬유가 이제는 축구화에도 들어오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탄소섬유, 효성에서도 만들고 있죠.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자체 개발해 ‘탄섬(TANSOME)’이란 브랜드로 2013년부터 양산해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풍력 발전, 스포츠 레저, 건축용 보강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최근엔 우주∙항공 소재로 사용되는 초고강도 탄소섬유를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에 성공해 대한민국을 탄소소재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축구 전술이나 VAR 등 경기를 위한 기술이 진화하듯이, 축구라는 스포츠에 필요한 소재의 기술도 진화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 이면에 숨겨져 있는 소재는 그들의 기량을 극대화해주고 그 한계를 높여주겠지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저 멀리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거리응원도 없지만, TV 앞에서 우린 또 대한민국을 외칠 겁니다. 즐길 준비되셨나요? 올해 우리 선수들은 또 어떤 경기를 펼치며 우리에게 감동을 줄까요? 결과가 어찌 되든 꿈의 무대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들을 응원합니다.

 

 

참고 자료

시사IN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 공인구의 변천사>

경향신문 <숨쉬는 유니폼 ‘업그레이드’…친환경 입는다>

매일경제 <손흥민의 초록색 축구화…아디다스 `X 스피드포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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