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기업들 ① 유럽 가전의 최고봉 독일의 밀레

Story/효성

글. 홍하상(전국경제인연합회 교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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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탁기를 선보이다


독일의 가전제품 브랜드 밀레(Miele)는 1899년 독일인 카를 밀레와 라인하르트 진칸이 설립한 회사로 그 시작은 11명의 직원이 가정용 생활 도구를 생산하면서였습니다. 1901년 세계 최초로 나무로 만든 세탁기를 발명해 큰 인기를 얻은 후 버터 제조기를 개발해 수공업에 의존하던 농가 주부들의 일손을 줄여주며 회사의 매출액도 크게 상승할 수 있었죠.


1927년에 탄생한 밀레의 진공청소기 경우 약 8년 후에 디자인과 작동 방법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낮춰 당시 최고의 판매 상품으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1967년에 공장이나 병원에 살균 세척기를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수술 도구 세척기, 실험용 기구 세척기 등도 발매했죠. 1975년부터는 주방 가구를 생산했으며 컴퓨터로 조절하는 세탁기, 의류 건조기, 식기 세척기 등을 속속 출시했습니다. 이때부터 밀레는 주방 가구 및 가사용 가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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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정집을 넘어 세계로


밀레의 본격적인 국제화는 1980년에 들어서면서부터였어요. 호주에 지사를 낸 후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밀레는 독일 전역에 9개의 공장, 오스트리아 부근에 2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핵심 부품은 자체 공장에서 직접 제조합니다. 전 세계 35개의 지사가 있으며 1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밀레가 생산하는 제품은 독일 소비자 조사에서 13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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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경영 체제로 장기적인 성장 추구


밀레는 창립 이후 공동 창업자인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가며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회장은 마르쿠스 밀레입니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세대를 이어 일하는 경우가 많아 밀레 공장에 가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해요. 마르쿠스 밀레는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가족 경영은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더욱 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을뿐더러 강력한 주인 의식을 기반으로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는 데도 유리하다.”



현재 2만 2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밀레는 해마다 40억 유로(5조 원) 이상의 순익을 내며 매년 2% 이상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밀레의 R&D 규모는 매출의 5~7%를 차지하는데 눈에 띄는 점은 독립된 R&D 센터가 없다는 사실. 밀레는 전 세계의 대학•공업 연구소와 필요에 따라 협업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제휴한 연구 개발 인력은 전 세계 약 1,000명 수준이죠.


밀레 제품의 특징은 소비자가 한번 구입하면 보통 20년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20년 앞을 예상해 디자인합니다. 여기에 명품 전략 하나만을 추구하며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밀레 제품의 강점입니다. 밀레가 지난 100년 동안 안정적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