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효성] 버려진 옷에서 다시 옷으로: 가먼트 리사이클

Story/효성

 

칠레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있습니다. 달의 계곡, 무지개 계곡, 간헐천 등 건조한 기후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한쪽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광경도 볼 수 있어요. 바로 옷 무덤입니다. 세계 각지 다양한 브랜드의 옷이 이곳에 모여 있는데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대부분입니다. 최신 유행에 따라 빠르게 옷을 만들고, 몇 번 입었다가 대충 버리는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매해 9,200만 톤의 의류와 원단이 버려집니다. 2030년쯤이면 버려지는 직물의 총량이 연간 1억34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패션업계에서도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먼트 리사이클(Garment Recyc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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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츠마마와 효성티앤씨의 가먼트 리사이클 프로젝트, ‘리와인드’

 

 

플리츠마마는 효성티앤씨의 폐페트병 재활용 원사로 가방과 레깅스, 후드티 등 친환경 의류 아이템을 만드는 기업으로 유명하죠. 이번엔 지구를 위해 폐원단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폐원단을 되감아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뜻을 가진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리와인드(Rewind)’인데요, 이 역시 효성티앤씨와 함께 기획하게 되었어요.

 

리와인드 프로젝트는 버려진 원단을 녹여 원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폐원단에 열을 가해 녹여서 실로 뽑아내기 좋은 칩 형태로 변형시킨 후, 세척 및 검수 과정을 거친 칩을 방사하여 타래로 엮어내는 과정을 거치죠.

 

 

 

이렇게 탄생한 첫 번째 제품이 새들백입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한 새들백은 폴리에스터 100%로 구성된 폐원단만을 재활용했어요. 플리츠마마의 시그니처인 플리츠 디자인으로 니팅 제작한 것이 특징이고, 새들백 1개당 500g의 폴리에스터 원단이 사용되었어요. 현재까지는 단일성분 100%로 구성된 폐원단만 리와인드가 가능하지만, 추후 혼합 성분으로 구성된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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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가먼트 콜렉팅’과 가먼트-투-가먼트 리사이클링 시스템 ‘Looop’

 

출처” H&M 네이버 포스트(post.naver.com/hmsouthkorea)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은 2013년에 전 세계적으로 ‘가먼트 콜렉팅’ 이니셔티브를 론칭해, 브랜드나 상태에 상관없이 입지 않는 의류나 가정에서 쓰이는 천 소재의 제품을 H&M 매장에서 수거하고 있어요. 매년 가먼트 콜렉팅 위크를 진행하며, 기간 내 참가하는 고객에게 감사의 뜻으로 할인 바우처를 증정하고 있습니다.

 

의류 수거함에 오래된 옷을 넣으면 H&M 비즈니스 파트너인 I:CO가 수거해 가고, I:CO는 수거한 옷을 3가지로 분류해 재활용 또는 재사용합니다.

 

・재착용: 다시 입을 수 있는 의류는 전 세계 중고 시장에서 유통됩니다.
・재사용: 다시 입기에 적합하지 않은 옷감은 재활용 컬렉션이나 청소포 등 기타 제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재활용: 재사용이 불가능한 옷감은 원사로 재활용되거나, 자동차 업계의 댐핑재나 절연재와 같은 부자재로 사용됩니다.

 

지난해에는 더 이상 입지 않는 헌 옷을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바꾸는 새로운 가먼트-투-가먼트 리사이클링 시스템인 ‘루프(Looop)'를 스웨덴에서 선보였어요. 루프에 적용된 기술은 비영리단체인 H&M 재단과 홍콩 섬유의류연구소(HKRITA)가 합작하여 개발한 것인데요, 오래된 의류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기술을 사용해 새 옷을 만든다고 합니다. 루프 기계에 넣어진 의류는 세척되어 섬유로 잘게 찢어지고 새로운 원사로 만들어진 뒤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출처: Youtube @HKR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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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플러스의 폐의류로 만든 건축자재, ‘플러스넬’

 

출처: 세진플러스 블로그(blog.naver.com/sejinplus)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세진플러스는 30년째 의류를 생산하는 봉제공장입니다. 섬유에 대해서는 잘 아니까 자투리 원단 등 폐섬유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폐섬유를 모아 건축자재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2년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것이 ‘플러스넬'이라는 패널입니다. 건물의 지붕, 바닥, 벽 등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어 활용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섬유는 크게 천연섬유, 화학섬유, 코팅섬유로 분류가 되는데, 플러스넬 제작을 위해 코팅섬유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섬유를 이용합니다. 마, 면과 같은 천연섬유와 섞어서 직접 개발한 프레스에 넣고 여러 번 열접착 방식을 거쳐 패널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널의 가장 큰 장점은 다 쓴 다음에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새로운 패널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재사용 후 버리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원순환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추게 되는 것이죠. 섬유 패널은 내장재뿐 아니라 외장재로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최근엔 이 패널을 가지고 스마트 에코 하우스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가먼트 리사이클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프로젝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서는 옷을 만드는 첫 단계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무척 자조적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영위했던 생활양식으로는 더 이상 삶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재사용,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이 될 수 있는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