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기업들 ⑪ 혁신과 믿음으로 성장하다! 보쉬

Story/효성

 

글. 홍하상(전국경제인연합회 교수, 작가)

 

보쉬의 CEO가 인천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청계천 공구 상가. 보쉬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전동 공구 부문은 연간 4조 5,000억 원 규모로, 그는 청계천에서 보쉬 제품들이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판매량과 인기도, 문제점 등을 시장 상인들로부터 직접 들어보기 위해 현장에 가는 것이죠.

 

특히 시장 상인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본인이 직접 수첩을 꺼내 들고 이를 받아 적습니다. 한국 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을 즉각 받아들여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소비자의 문제 제기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이것이 보쉬의 생각입니다.

 

현재 보쉬가 생산한 리튬 이온 배터리 제품의 국내 수요는 보쉬 휴대용 전동 공구 판매량의 40%를 차지합니다. 그 외에도 보쉬는 에너지 플러스 주택, 전기 자동차, 음성 인식 내비게이션, 가솔린 엔진 직접 분사 시스템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죠.

 

전동 공구로 유명한 보쉬는 독일의 게를링겐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창업주인 로베르트 보쉬(1861~1942)가 1886년에 정밀 기계 및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로 시작한 이후 가전제품과 각종 전기 공구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면서 종합적인 기계 제조 업체이자 콘체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나가게 됩니다.

 

좀 더 살펴보면 보쉬는 전동 공구보다는 자동차 부품이 매출의 2/3로 그 분야 세계 1위의 기업입니다. 1967년 지멘스와 합작 회사인 BSH 홈 어플라이언스를 만들어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가전 업체로 성장했고, 2014년에는 지멘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자회사인 보쉬 렉스로스는 유압 시스템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죠. 그 밖에 난방 기기, 정원 관리 도구, 원격 진료 등의 분야에도 진출했으며 차량용 ABS 모듈 또한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흐름은 자동차 솔루션 비즈니스 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내연 기관용 분사 기술 및 파워트레인 주변 기기와 파워트레인 전기 통신, 차량 대 차량 및 차량 대 인프라 통신 등이 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에너지원, 즉 전기, 수소, 휘발유 등과 관계없이 파워트레인 기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업부는 가솔린과 디젤 직분사부터 배터리 시스템을 갖춘 전기화된 파워트레인까지 파워트레인 기술을 위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연료전지 기술도 제공할 예정이죠. 그야말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쉬 그룹의 2020년 매출은 1,903억 유로이고 매년 8%대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 동종 업계 최고 수준으로 종업원은 30만 6,000명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1906년에 세계 최초로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라는 9 to 5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혁신적인 기업이죠.

 

“내일의 시작은 오늘입니다. 지금 혁신하십시오.”
“신뢰를 잃는 것보다 돈을 잃는 것이 낫습니다.”

 

이는 보쉬의 창업주인 로베르트 보쉬가 했던 말로 그의 기업가 마인드를 보여줍니다. 그의 말 속에 혁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경영 방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