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가정의 달, 가족을 위한 책

2020. 5. 8. 14:38


가족에게 책 선물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한 번도 해본 적 없을걸요?! 요즘 세상에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책이라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책만큼 좋은 선물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고, 손쉽게 의미 부여가 가능하며, 나를 사려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거든요. 잘만 고르면 그 어떤 선물보다 더 상대방의 마음을 채워줄 겁니다. 그래서 올 가정의 달에는 가족들을 위한 책을 준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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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나이 드는 엄마에게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흐름출판 | 출처: 교보문고


우리 엄마 세대는 흥을 억누르며 살고, 멋을 사치라 여기며, 자신보다 자식이 먼저였습니다. 지금까지 엄마는 자신을 감추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죠. 자녀들의 나이가 어느 정도 차서 스스로 앞가림을 하게 되었지만, 엄마는 멋을 내는 방법을 잊은 것 같습니다. 옷은 홈쇼핑으로, 화장품은 얻어온 샘플을, 부담 없이 신고 다닐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하거든요.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걱정은 그만하고, 필름 사진 속 젊고 예뻤던 시절처럼 엄마도 꾸미면서 살아’라고요.


이 책의 저자, 미레유 길리아노는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 계열사의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의 최고경영자를 지냈습니다. 그녀가 프랑스 여자의 아름다움을 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 생활에서 찾을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 여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는데요, 프랑스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와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마음가짐뿐 아니라 스타일링, 피부, 메이크업, 헤어, 운동, 휴식 등 나이 드는 아름다운 여성의 삶을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프랑스 여자’라는 말은 단지 나이 들어도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사는 여성상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엄마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선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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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작아지려는 아빠에게


<나, 참 쓸모 있는 인간> 김연숙 지음, 천년의 상상 | 출처: 교보문고


아버지는 은퇴와 동시에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남자가 나이가 들면 딜레마 같은 것에 빠져요.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무엇을 했나, 또는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 뭐 이런 것들이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에게는 이런 의미가 무척 중요한가 봐요.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그의 삶이 누군가를 위해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 책은 박경리의 <토지> 속 등장인물이 겪은 사건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며, 그게 현재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은퇴를 통해 사회적 지위나 활동이 이전과 달라진 아버지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충분할 겁니다. <토지>를 완독하지 않았다 해도 이 책을 읽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토지>를 읽고 싶어 할 수도 있어요.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인문학, 경제, 정치, 철학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아버지께서 관심을 보이신다면 <토지> 전집을 준비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중 읽는 소설 한 편은 아버지의 삶에 좋은 쉼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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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워킹맘 언니에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수희 지음, 서평화 그림, 휴머니스트 | 출처: 교보문고


워킹맘은 사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아침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바쁘게 출근하고, 일을 마친 후에는 쪼르륵 집으로 와야 합니다.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면 내 시간이 생기지만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곯아떨어집니다. 중간중간 글을 읽을 짬이나 여유가 있겠어요? 그러니 워킹맘의 책은 짧아야 합니다. 나중엔 뭘 읽고 있는 건지 회의감이 찾아오지 않게 유익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온종일 육아와 일에 시달리는데 책까지 육아와 일에 대한 책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것이 오히려 지친 마음을 달래줄 겁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워킹맘의 마음을 타격합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중요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있는 듯 느끼게 해주는 저자는 어제 길거리에서 마주친 멋쟁이 할머니에 관한 생각, 머리 자를 시간이 없어 한밤중에 머리를 자른 경험, 스마트폰이 없이 보낸 하루 등을 얘기합니다. 거창한 꿈의 실현을 준비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시콜콜한 것들 속에 사는 현재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 그 시시콜콜함을 나누면서 현재를 견디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서평화 작가의 그림체는 한수희 작가와의 수다에 편안함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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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미를 잃어버린 나에게


<칵테일, 러브, 좀비> 조은예 지음, 안전가옥 | 출처: 교보문고


여러분이 어떤 책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지친 건 알 것 같아요. 집과 회사 사이에서 계속되는 루틴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은 삶의 활력을 빼앗고 의욕적이었던 나를 무너뜨립니다. 쉬는 날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소파에 반쯤 누워서 풀린 눈으로 리모컨만 눌려대고 있을 거란 얘기죠. 책을 읽고는 싶은데 읽는 건 재미가 없고, 재미있는 책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안전가옥’의 참신함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 탄탄한 구성의 호러 스릴러를 선보였던 저자의 연출력은 단편집에서 더욱 다양한 색채로 빛을 발합니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 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등 네 작품을 수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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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두려워하는 취준생 동생에게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지음, 21세기북스 | 출처: 교보문고


우리는 어찌어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돈 버는 것에 감사하며 직장에 출근하지만, 우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에게 사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생의 삶은 나와 달랐으면 하거든요.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선택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거든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27살 때부터 청소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뿐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과 싸워야 했어요. 왜 버젓한 직장을 구하지 않고 그런 일을 하는지 많은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답해야 했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을 쓰고 그려보니 생각보다 안 이상했어요. 남들과 일의 종류가 다를 뿐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이루고 싶은 꿈을 꾸는 평범한 30대 여자였죠. 그때 어쩌면 내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산 건 아니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다르면 안 되나요? 다르다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오히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했어요.”라고요. 남들처럼 살려는 동생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저자는 ‘아직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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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에 가기 시작한 조카에게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 출처: 교보문고


때론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합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말썽꾸러기, 말괄량이 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아이를 표현합니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른입니다. 아이들의 행동과 말에는 아이들만의 논리가 존재하거든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논리보다 어른인 자신의 논리를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른의 논리가 매번 더 합리적인 걸까요?


이 책은 삐삐를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삐삐의 말과 행동을 무척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어른들은 이 이야기를 읽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지도 모릅니다. 버릇없게 변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어요. 진짜 어른은 삐삐를 좋아한다는 것을요. 커다란 말도 아무렇지 않게 번쩍 들어 올리고, 못된 도둑들을 혼내 주고, 선생님과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삐삐 롱스타킹. 인생이 너무나 즐거운 이 자유분방한 어린이, 삐삐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어주며 이렇게 덧붙일 것 같아요. ‘삐삐만 어른이 싫은 건 아니야. 삼촌도, 이모도 마찬가지야. 너는 어른이 되지 말고 ‘삐삐’가 되렴.’이라고요.



가족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다독임에 바탕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메시지여야 합니다. 하고픈 말 대신 전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이번 5월에는 가족에게 필요한 선물에 책을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준비한 선물에 마음이라는 날개를 달아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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