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읽기] 스마트폰이 선물한 세상, 사람들은 과연 행복해졌을까

2014. 9. 17. 19:44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입니다. 전화기,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선으로 연결된 기기는 점차 모바일 기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카폰을 시작으로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 올해 30년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는 가히 놀랍습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68.8%로, 세계 1위입니다. 전년도에 비해 11.3% 포인트 증가한 것입니다. 젊은 세대에서 그 보급률은 특히 높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서 20대는 96.2%, 30대는 94.2%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습니다. 10대도 85.5%로 50대(51.3%), 40대(81.3%)보다 높았습니다.  







자그마한 이 기기는 인간 능력을 수천, 수만 배나 확장시켜놓았습니다. 마법이나 신선의 도를 깨우쳐야 할 수 있다는 일을 가능토록 한 것입니다. 천 리 밖 일을 보는 천리안(千里眼), 천 리 밖 일을 들을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을 척척 해낼 수 있게 합니다. 온갖 신기한 놀잇감과 그림도 담겨 있어, 요지경(瑤池鏡)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요지(瑤池)는 중국 주나라 목왕이 여신 서왕모와 만났다는 선경(仙境)인 곤륜산 연못으로, 온갖 진귀한 보물이 쌓여 있다 합니다. 이를 비추는 거울이니 얼마나 화려하고 신통방통하겠습니까. 


어떤 스마트폰은 주인 기분에 따라 말도 걸어주고, 비서 역할도 해줍니다. 백설공주 계모인 왕비가 자신의 미모를 물어보던 마술 거울도 비할 데가 아닙니다. 이 기기로 온갖 물건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물건을 담아두면 끝없이 새끼를 쳐서 그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貨水盆) 못지않습니다. 스마트폰 성능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 미 항공우주국(NASA)이 쓰던 전산 장치보다 뛰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음악과 영화 감상도 가능합니다. 손안의 극장, 손안의 콘서트홀이라 할 만합니다.  







그럼, 스마트폰이 펼쳐주는 세상에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요? 서왕모를 포함해 온갖 진귀한 동물과 물건 이야기가 나오는 <산해경>이 쓰여진 기원전 200년대보다 나아졌을까요. 요물과 괴물, 기물이 난무하는 <서유기>, <봉신연의>가 나온 1500년대보다는 어떨까요. 독일 그림 형제가 백설공주와 난쟁이들 모험을 수록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을 내던 1800년대보다는? 제임스 프레이저가 신앙과 신화, 주술 등을 담은 고전 <황금가지>를 쓰던 1900년대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히피와 사이키텔릭 뮤직, 달 착륙과 냉전이라는 모순이 공존했던 1960년대보다는 즐겁게 살고 있을까요.  


물질적으로야 나아진 듯합니다. 페스트와 홍역으로 아이들이 숨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적어도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일은 드문 듯합니다. ‘행복’이라는 척도로는 어떨까요. 수주일 전 들른 한 식당에서 우연히 한 가족에게 눈이 갔습니다. 부모와 자녀, 4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인지 했지만, 어머니와 자녀는 건성으로 답하며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했습니다.





얼마 뒤 야근을 한 다음 날 평일 휴무여서 아이들을 맞으러 초등학교에 갔습니다. 도서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고학년 학생들 5, 6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모두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게임에 열중해 있었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애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서 걱정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교육부와 함께 학령 전환기(초 4•중 1•고 1) 청소년 156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결과에도 나옵니다. 6월 30일 발표된 이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전체 18만 6,599명으로 지난해 24만 249명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다만 초등학교 4학년은 지난해 10만 372명이던 위험군이 13만 183명으로 늘었습니다. 

  

어른들도 ‘카톡’이니 ‘밴드’, ‘트위터’ 등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에 하루 종일 매달려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서 성인(만 20~54세) 스마트폰 중독률도 8.9%나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스마트폰이 요지경보다는, 오디세우스 부하들이 먹고 몽상에 빠져 무위도식케 했다는 북아프리카 어느 해안 지역민들의 주식인 ‘연꽃(Lotus)’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 되면 1998년 영화배우 한석규 씨가 출연한 한 이동통신사 CF가 떠오릅니다. 당시 한석규 씨가 전남 담양 대나무 숲의 고요한 푸르름 속을 거닐 때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쉬는 날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함께 <산해경>과 <그림동화>를 읽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도화지를 펴놓고 물감 놀이를 해봐도 좋겠습니다. 쇼팽이나 모차르트의 소품집, 아니면 키스 자렛의 <마이 송> 음반 같은 정겨운 재즈를 작게 틀어놓으면 금상첨화일 터. 그러기 위해서는 쉬는 날 후배 직원에게 카톡이나 이메일을 날리는 ‘만행’을 간부, 선배가 먼저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디지털이 아닌 ‘실제’ 행복일 것 같습니다.


 







  1. 작성자 대표 이미지
    다니
    2014.09.29 20:22
    스마트폰이 있어서..좋은 점도 있지만 잊고 사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족, 친구간의 대화도 없어지고..
    • 작성자 대표 이미지
      2014.09.30 09:11 신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가족, 친구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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