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효성] 곧 사라질지도 모를 SPA 브랜드… 패스트패션

 

옷, 어디에서 구매하세요? 누구나 한 번쯤 명동 등 쇼핑 거리에서 SPA 브랜드의 옷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매일 다양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옷이 진열되는 이곳에서 우리는 '패스트패션'의 천국을 경험했습니다. 편하고 빠르게, 스타일리쉬한 옷을 사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SPA 브랜드를 둘러봅니다. 하지만 쉽게 산 만큼 쉽게 버리며 패스트패션에 길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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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는 어쩌다 패스트패션과 동의어가 되었나

 

SPA(Specialty stores/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 자체 개발 의류를 판매하는 소매점) 브랜드는 보통 백화점과 같은 고비용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대형 직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재고 부담을 덜고, 생산원가를 절감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옷을 매 순간 출시하고 있어요. 기획, 디자인, 생산, 출시까지 모두 합쳐 2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 패션업계에서 6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컬렉션을 내놓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입니다. 거의 뚝딱하고 옷을 만들어낸다고 봐야 할 정도죠.

 

 

당연히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최신 유행의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구매 포인트가 된 것이죠. 이로 인해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옷은 생각보다 빠르게 매장에서 치워지며 재고가 되었고, 그렇게 창고에서 쌓여가는 옷이 어딘가에 버려지며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졌습니다. 패스트패션은 옷이 만들어지면서 낭비된 자원과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 신상품에 밀려 버려진 의류의 처리 문제까지 환경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옷을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동원되고 이는 곧 환경오염이나 파괴로 이어집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친환경‧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패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20~35%, 그리고 살충제 사용량의 10~25%를 차지하는 등 환경오염 물질을 대량 발생시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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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은 오래가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친환경에 예민한 유럽의 경우, 친환경설계규정을 통해 많은 소비재를 생산과정에서부터 유통까지 관리하고 있어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죠. 패션업계, 그중에서도 SPA 브랜드에도 그 무게를 감당하게 할 생각인 것입니다.

 

 

EU는 구체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 일정 비율 이상 사용 의무화,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 재고품 대량 폐기 금지 등의 규제를 예고했어요.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패션 대기업들이 미판매 제품의 매립 양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사실상 오는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섬유, 리젠(regen®)

 

여기에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프란스 팀머만스(Frans Timmermans) EU 그린딜 담당 부위원장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은 오래가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만든 제품이 단 한 순간의 멋과 편의로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은 심각한 낭비 문화이며,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추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친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행하고 있는 모든 소비문화에 해당하는 문제 해결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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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더 이상 마케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이미 많은 SPA 브랜드는 재활용 섬유의 사용, 재활용을 위한 수거 캠페인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고 있어요. 물론 소비자의 호응도 좋은 편이고요. 이런 친환경 정책이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정확한 수요 예측,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생산방식과 판매전략, 재고의 처리방식 등 패스트패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하죠. 이런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뒤따르는 친환경 정책들은 단지 그린워싱, 즉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로 취급될 뿐이거든요.

 

 

이번 EU의 친환경설계규정 적용범위 확장은 비단 SPA 브랜드만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패션업체가 각성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브랜드를 언급한 것뿐이죠. 유행만을 좇다 보면 어느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빠른 것보다는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바른 것으로,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드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KIET 산업연구원 <친환경ㆍ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

동아일보 <SPA 한국 상륙 10년… 패션 공식이 바뀌었다>
뉴스트리 <'자라•H&M•아소스' 퇴출되나?...EU '2030년 패스트패션 종식'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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