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예술, 세상과 연대하다: 잠실창작스튜디오 기획전

Story/효성

 

글. 김주희

사진. 박해주(Day40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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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아닌 ‘경험’하는 작품 세계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JCC 아트센터에서 잠실창작스튜디오 기획전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파레이돌리아’>가 진행됐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잠실창작스튜디오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시각예술 분야 장애 예술가 창작 레지던시. 입주 예술인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시를 개최하죠. 잠실창작스튜디오의 12기 입주 작가 12인이 함께한 이번 전시는 김기정, 김문일, 김현우, 김현하, 김형수, 김환, 박성연, 서은정, 이규재, 이승윤, 이우주, 한승민 작가의 작품 70점을 선보이며 장애 예술이라는 편견과 규정에서 벗어나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구축해온 작품 세계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을 후원해온 효성은 매년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 재료 구입과 전시 개최, 아카이브 제작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 예술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들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죠. 이번 전시를 개최하는 데에도 함께하며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 무대의 확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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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품고 나란히 함께

 

 

전시가 열린 첫날, 참여 작가와 관람객들이 함께하는 도슨트 투어가 진행됐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죠.

 

 

“전시 타이틀에 사용한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는 달 표면의 그림자를 보고 토끼를 떠올리듯 특정 사물에서 일정한 질서를 발견하는 인식 행위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장애 예술이란 선입견으로 작품을 판단하거나 감상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

 

 

회화와 설치, 영상, 텍스트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 작품들이 JCC 아트센터 1층과 3~4층에 걸쳐 전시됐습니다. 특히 여느 전시와는 다르게 작품 옆에 설명을 따로 달지 않았는데 이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먼저 접하기보다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며 작가의 예술 세계를 경험하길 바라는 의도에서죠. 입주 작가 워크숍에서 진행한 문학 프로그램의 결과물 또한 주목받았습니다. 작가들이 사유를 통해 풀어낸 짧은 글귀를 창문에 시구처럼 새겨놓은 것으로,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참여 작가들과 비장애 전문 무용가들이 함께한 클로징 퍼포먼스가 펼쳐져 ‘나란히 함께’라는 주제를 한층 더 빛냈습니다. 12명의 작가들과 ‘함께’한 이번 전시는 예술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실현한 자리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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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지속 가능한 예술로 이어지길”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김영선 대리

 


Q. 이번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올해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작가들은 역량 강화 워크숍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일련의 활동들과 연결된 기획 전시를 선보였어요. 이번 전시는 ‘작품’과 작가별 창작 언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작품을 장애 예술로 한데 묶는 것에서 벗어나 열두 가지 작품 세계가 각각 잘 드러나는 지점을 고민했어요. 관객들로 하여금 편견을 배제하고 장애 예술을 더욱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했습니다.”

 

 

Q. 효성은 지난 2018년부터 잠실창작스튜디오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장애 예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경제적 지원을 해주니 든든합니다. 입주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제공해준 덕분에 역량 강화 워크숍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발전시키는가 하면 완성도 높은 기획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무엇보다 작가와 사업 기획자 모두 응원을 받는 기분이랄까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장애 예술에 관심을 보여주니 힘이 많이 납니다.”

 

 

Q.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우선 이번 기획 전시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예술가들이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또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사업을 통해 장애 예술가의 활동 저변을 확장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