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오징어 게임

Story/효성

 

시대는 변했어도 세대는 기억합니다. 세월은 지났어도 설렘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면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의 전 세계 TV 쇼 부문에서 1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넷플릭스 진출작 중 전 세계에서 모두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도 하는데요, 하교 후 친구들이 모이면 으레 했던 게임들이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니 그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이번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어릴 적 놀이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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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놀이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학원에 다녀요. 당연히 친구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시국이 시국이기도 하고요. 그때는 좀 달랐습니다. 꽤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놀 시간이 지금보단 충분했거든요. 다만 모인 친구의 수에 따라 놀이의 종류가 달라졌죠. 어떤 놀이가 있었는지 적은 인원으로도 할 수 있는 게임부터 차례로 이야기해볼게요.

 

 

‘달고나 뽑기’와 그 옆 ‘방방’

 

뽑기라는 이름을 가진 놀이는 생각보다 많아요. 문방구에서 큰 종이판 위에 붙어있는 여러 장의 종이 쪼가리 중 하나를 뜯어내는 것도 뽑기, 번호판 위에 두어 개의 막대기를 놓고 회전판을 돌려 나온 번호를 가리면 잉어 사탕을 주는 것도 뽑기, <오징어 게임>에 나온 것처럼 설탕을 녹이고 소다를 넣어 부풀린 달고나 위에 찍어준 모양을 잘 따내면 하나를 더 주는 것도 뽑기죠.

 

 

앞의 두 가지는 놀이라기보다는 야바위에 가깝고, 그나마 놀이로 생각할 만한 것은 세 번째 것인데, 사실 이걸 왜 뽑기라고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달고나가 품고 있는 모양을 잘 뽑아내야 하는 것이기에 뽑기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여튼 달고나 뽑기를 잘 하려면 집중력과 집념, 잔머리와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더 확실한 장비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침과 바늘을 이용했던 것은 주인아저씨가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뽑기의 하이라이트는 그 옆에 함께 있었던 방방, 즉 트램펄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집중해서 별을 뽑다가 한쪽 귀퉁이를 달달하게 날려 먹고 나면 100원을 더 내고 옆에 있는 트램펄린 위에서 폴짝폴짝 뒤면 기분도 함께 뛰었습니다. 인원 제한이 있었는데 그때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도 뒷전이었습니다.

 

 

‘구슬치기’

 

둘만 있어서 할 수 있는 게임, 셋이면 더 재미있어지는 게임, 구슬치기는 놀이 방식이 너무 많습니다. 원 안에 모아두고 일정 거리에서 구슬을 던져 원 밖으로 쳐내는 것도 구슬치기, 모래를 파내고 구덩이를 만들어 그 안에 넣기도 구슬치기, 일정 거리에 있는 구슬을 힘껏 쳐내 멀리 보낸 만큼 구슬을 따먹는 것도 구슬치기입니다.

 

 

워낙 놀이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소개나 설명이 힘든 부분이 있어요. 작고 단단하고 동그란 모양의 유리구슬이 가지는 활용력은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설명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다양한 놀이가 가능했거든요. 구슬치기를 하는 시기에도 유행이 있어요. 몇 가지 놀이를 돌려 하는 것이죠. 한참 구슬치기가 유행처럼 번지다가 갑자기 딱지를 가지고 놀기도 했고 딱지를 하다가 갑자기 공기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구슬-딱지-공기’ 이렇게 세 가지 놀이는 우리 사이에서 거의 스테디셀러였습니다.

 

 

‘딱지’

 

지금 말하는 딱지는 흔히 생각하는 딱지가 아니에요. 그것과는 생긴 것도 다르고, 진행방식도 다릅니다. 물론 종이를 접어 만든 네모난 딱지 또한 어린 시절 놀이의 하나이지만 이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 떼는 것이고, 그 다음은 문방구에서 파는 종이딱지를 가지고 놀게 됩니다.

 

종이딱지는 만화 캐릭터와 별이 프린트된 동그란 종이인데, 보통 서너 가지 놀이를 하게 됩니다. 하나는 딱지를 쌓아두고 입안의 압축된 공기를 한 번에 내뱉어 뒤집어진 딱지를 가져가는 방식,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쌓아둔 딱지의 옆을 쳐서 넘기는 방식, 딱지를 손가락으로 튕겨 더 멀리 날리는 방식 등이 있었어요. 딱지는 서로의 딱지를 따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것보다 새로운 만화 캐릭터의 딱지를 사거나 따서 모으는 것에 더 집착하기도 했어요. 그때 그 딱지를 버리지 말고 모아두었다면 어땠을까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딱지도감,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 출처: 유어마인드(your-mind.com)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 놀이는 아시다시피 술래가 뒤돌아서서 눈을 가리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칠 때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친구들의 움직임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는데, 이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웃, 술래의 손을 잡고 서게 됩니다. 끝까지 술래에게 걸리지 않은 친구가 술래와 아웃된 친구들 사이를 끊고 도망가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술래가 도망가는 친구 중 하나를 잡으면 잡힌 친구가 술래가 됩니다.

 

이 놀이는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어떤 리듬과 빠르기로 말하는지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처음 ‘무궁화꽃이’는 천천히, ‘피었습니다’는 빠르게 말해 친구들의 실수를 유발해내는 것이 술래의 유일한 기술이었고, 우리는 술래의 눈을 피해 친구 등 뒤나 나무 뒤에 숨어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끝판왕은 역시 ‘오징어’

 

적어도 여섯 명은 모여야 오징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적은 인원으로 편을 가르고 놀이를 할 경우 허점이 많아져 공격자에게 유리한 게임이 되곤 합니다. 물론 공격자를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능력이 훌륭한 힘센 친구가 같은 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합니다만, 역시나 많은 놀이가 그렇듯 오징어는 비슷한 힘을 가진 상대와 대결했을 때 더욱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가 됩니다.

 

 

공격자를 위한 쉼터는 모두 네 곳, 수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머리와 몸통, 몸통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땅에 그리고, 공격자는 머리에 모여 놀이를 시작합니다. 공격자는 선 밖에서 깨금발로 이동해야 하고, 몸통을 가로지르면 두 발로 다닐 수 있으며, 다리에 있는 쉼터에서부터 수비를 피해 머리에 달려있는 세모난 공간을 밟으면 놀이는 공격자의 승리가 됩니다. 만약 수비자가 공격자를 모두 선 밖으로 밀치거나 깨금발 외 다른 신체 부위가 땅에 닿게 하면 공수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오징어가 끝판왕인 이유는 놀이 중에 가장 신체접촉이 많고 과격하며 많이 다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아이들이 모인다고 할 수 있는 놀이는 아니었어요. 배짱 두둑한 친구들이 모였거나 동네 절친들이 껴 있을 때만 가능했던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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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서 피어난 놀이문화

 

 

1970~1980년대 한국에서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시멘트, 블록으로 된 땅에 익숙한 지금 세대나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놀이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모래로 채워진 운동장은 손쉽게 선을 그리고 그 위에서 뛰어놀게 했죠. 요즘 놀이터는 우레탄을 사용합니다. 보기도 좋고 푹신해서 넘어져도 다치지 않기에 더 좋아 보입니다만, 모래만큼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사람들은 게임을 합니다. 놀이라고 하진 않죠. 그런데 특이한 건 요즘 아이들이 PC방에서 또는 휴대폰으로 하는 것 또한 놀이라고 하지 않고 게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놀이와 달리 게임은 승과 패에 따라 이득이 달라집니다. 이겨야 포인트나 능력치가 올라가죠. 스스로 룰을 정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이기기 위해 요령을 익히는 것은 놀이와 비슷하지만,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모래 위에서 함께 했던 놀이는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재미있는 승부였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만족했으니까요.

 

지금까지 져도 기분 좋고, 이기면 더 기분이 좋았던 우리의 놀이를 추억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놀이를 하며 추억을 쌓았나요? 여러분이 좋아했던 놀이와 추억에 대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