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넘어 기업에 파고든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

Story/효성

 

‘접속과 동시에 출근, 방향키를 움직여 아바타를 이동시킵니다. 회의실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눕니다. 산책을 하고 동료와 짧게 대화도 합니다.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아침마다 전쟁 같은 출근길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시작한 기업이 상당합니다. 언택트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효율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일을 하다 단지 화상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아니라 진짜 사무실에 모여 앉아 일을 하는 가상 오피스가 드디어 기업을 파고들고 있거든요. 이게 다 메타버스 덕분에 가능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계를 열 거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나 빨리 가상 오피스가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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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가상오피스를 마련한 기업들

 

얼마 전에 메타버스에 대해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을 뛰어넘은(Meta) 가상의 공간(Universe)으로, MZ 세대들이 모여 관계를 맺고 새로움을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주로 게임의 형태로 서비스되었는데, 역시나 지금의 메타버스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공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신입사원 입사 교육에 제페토를 활용했다

네이버는 올해 신입사원 입문 과정 ‘코드데이(Code Day)’를 위해 제페토(Zepeto)를 활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페토는 네이버가 만든 글로벌 AR 아바타 서비스잖아요. 첫 출근부터 재택근무로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방문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제페토에 ‘그린팩토리’(네이버 사옥) 3D 맵을 개설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가상공간에서 네이버 티셔츠와 날개 모자를 쓰고, 사옥을 둘러보며 동기들과 아바타 인증샷을 찍기도 했습니다. 또 스키점프 맵에서 팀별로 대결을 펼치기도 했어요. 비대면을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이었겠지만 기업의 정체성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줄 방법은 없었을 것 같아요.

 

출처: 네이버Z

 

LG이노텍은 채용설명회를 개더타운을 통해 진행했다

지난달 LG이노텍은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는데요, 보통 사옥에 공간을 마련하고 취준생을 맞을 만발의 준비를 하겠지만, 이날 LG이노텍에는 취준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 개더타운에 모였거든요. 사전 신청을 통해 초청장을 받은 400여 명의 대학생과 20명의 인사 담당자가 자신만의 아바타를 앞세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취준생들은 아바타로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배치된 인사담당자와 1 대 1로 대화를 나눴어요. 취준생들끼리만 가상공간에 마련된 카페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직방은 개더타운으로 출근한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기업 직방은 지난 2월 1일부터 오프라인 출근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200여 명의 직원은 모두 게더타운으로 출근을 합니다. 로그인만 하면 기존 사무실 구조 그대로 본뜬 가상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의 아바타를 다른 팀원 아바타 옆으로 이동시키면 화상회의 시스템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의가 시작됩니다. 실제 직원 중 한 명은 제주도 일주일 살기와 일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단, 외근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오프라인에 직방 라운지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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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는 ‘개더타운’

 

출처: 개더타운(gather.town)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예시를 보면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 오피스가 주는 장점을 확실히 아실 수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와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겠다는 분이 있을 것 같아요. 단지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잖아요. 이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단점은 대면 근무 때보다 의사소통이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나서 회의를 하는 것처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재택근무의 주된 해결 과제인 것처럼요.

 

많은 기업들이 가상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는 개더타운(gather.town)은 사실 2D 게임같은 면이 있어요. 마치 우리에게 친숙한 싸이월드 캐릭터가 모여 있는 느낌이죠. 싸이월드보다 더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요소가 적지만 픽셀로 캐릭터와 가상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이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동료와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여기서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이는 행위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대화는 상대방을 향해 몸을 트는 것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다가가야 하는데, 재택근무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바로 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 부분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개더타운은 이런 대화의 과정을 충실히 보완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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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 ‘스페이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미국의 가상현실(VR) 플랫폼 스타트업 ‘스페이셜(Spatial)’이 있는데요. 스페이셜은 VR기기를 착용하면 더욱더 생생한 모습으로 협업할 수 있습니다. 일단 셀카를 찍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VR(PC•모바일을 통해서도 사용 가능)을 통해 가상공간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실제와 같은 만남을 주선합니다. 게다가 메신저나 화상회의에서는 전달되기 힘든 미세한 감정도 손짓이나 행동을 통해 반영될 수 있습니다.

 

출처: Youtube @Spatial

 

얼마 전 페이스북은 지난해 내놓은 가상현실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로 이 스페이셜 플랫폼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요, 이 모습을 보면 고개를 돌려 옆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어떤 사람에게 다가가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더욱 인터랙티브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또 스페이셜에는 회의 공간과 프레젠테이션, 포스트잇을 붙이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디자인•갤러리 등의 툴이 제공되고, 문서•이미지•비디오•웹사이트 등 각종 자료를 공간이나 화면 제약 없이 스페이셜 안에서 만들고 공유할 수 있어 완성되어 가는 가상 오피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스페이셜(spatial.io)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가속화하기는 했지만 이런 변화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조직,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공유되는 자료, 전문성을 갖춘 긱 워커(Gig worker),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 협업 툴 등으로 모든 사람이 한 사옥, 또는 한 사무실에 모여 앉아서 각자의 일을 마무리 지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이미 미래의 사무실은 우리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보일 뿐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기업은 어떤 사무실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앞으로는 VR기기가 PC와 노트북을 대신하게 될까요? 불과 몇 년 안에 온라인에 둥지를 틀 미래의 사무실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