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또 다른 세계,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Story/효성

 

요즘 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만난다고 합니다. 이전 세대가 서로 만나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정확한 시간에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면, 그들은 단지 접속할 뿐입니다. 그리고 실제가 아닌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통해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먼 미래의 일인 듯 들리겠지만 현재입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은 뛰어넘은(Meta) 가상의 공간(Universe)을 뜻합니다. 실제에 가깝게 꾸며진 공간을 구현한다면 우리는 현실 속에 사는 것과 같겠죠.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사는 메타버스는 어떤 곳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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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소설에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이 자세히 설명되는데요,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가상세계로 규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에는 단순히 가상의 공간이라는 뜻보다 현실과 가상이 연결돼있고 두 공간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세컨드 라이프 출처: Wikipedia @HyacintheLuynes

 

2000년대 초반에도 메타버스가 있었어요. 가상 세계의 삶을 꾸리는 게임 ‘세컨드 라이프’, 국내에선 자신만의 아바타인 미니미가 있는 방을 만들고 일촌으로 연결된 친구들과 소통하는 ‘싸이월드’가 있었죠. 그리고는 잠시 잊혀졌다가 마인크래프트, 동물의 숲,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이 등장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메타버스의 예시들이 대부분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그래서 메타버스라고 하면 바로 게임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는 게임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계관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 현실과 흡사한 가상공간을 창조해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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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메타버스

 

Z세대의 메타버스, 즉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바타를 만들고, 제공하는 맵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단순히 게임이나 쓸데없는 시간 죽이기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메타버스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요.

 

 

BTS가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최초 공개한 ‘포트나이트 파티로얄’

 

BTS는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에서 최초로 공개했는데요, 포트나이트는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서바이벌 슈터 비디오 게임입니다. 그 속에 파티로얄이라는 이벤트가 존재하는데, 긴장을 풀고 미니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콘서트, 영화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투도 없고, 죽지도 않아요. 그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도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서 이뤄졌고 3천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게임 안의 공연을 즐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포트나이트 파티로얄 | 출처: 에픽게임즈

 

 

블랙핑크 사인회가 열린 ‘제페토’

 

지난해 9월 3일,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 사인회에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습니다. 제페토 캐릭터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댄스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는 한 달 만에 유튜브에서 7,200만 뷰를 돌파했고요. 또 블랙핑크 멤버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가상 맵으로 꾸며놓은 ‘블핑하우스’도 인기입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캐릭터 제작 서비스예요. 게임처럼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을 돌아다니며, 인증샷이나 브이로그를 찍어서 올릴 수 있어요. 최근에는 아바타로 찍은 영화나 웹 드라마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처: Youtube @BLACKPINK

 

 

 

말하는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플로타곤’

 

플로타곤은 아바타를 이용해서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장면을 선택하고, 아바타를 만들고, 모션과 대사를 입히면 됩니다. 일상에서의 상황극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현재는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영어표기로 한국어 발음을 만들어내는데, 이 어색한 한국어를 듣는 것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출처: Youtube @대학생 채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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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속에 산다는 것

 

물론 재미가 있어서 메타버스 속에 살지만, 그 본질은 ‘관계 맺기’에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Society)’라 할 수 있죠. 기성세대의 관점으로는 실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사회 활동을 합니다. 때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열리지 못하는 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고,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한강 공원에서 노을을 즐기기도 합니다.

 

관계 맺기 대표 플랫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와 다른 점은 글과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과 닮은 아바타로 직접 만난다는 것이죠. 그들은 크루를 만들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놀고 시간을 보냅니다. 다시 말해서 메타버스는 실재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던 우리의 삶을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죠.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클럽 하우스’에 깜짝 등장해 VR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한참 얘기했습니다. 일찌감치 VR 장비를 만드는 오큘러스 VR을 인수하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SNS라는 1차원 공간을 3차원으로 구현해 또 다른 현실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현실보다 더 현실을 닮은 공간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 같군요. 그러려면 Z세대들이 주로 논다는 메타버스를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나와 닮은 아바타를 신중하게 만들어 봅니다.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는 Z세대만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는 공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