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야구나 볼까? KBO 입덕 전 알아야 하는 것들

Story/효성



지난 5월 22일부터 세계 최대 스포츠 매체 ESPN을 통해 KBO는 미국으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있네요. 이전과는 정반대로 새벽잠을 반납한 것은 우리가 아닌 미국이 되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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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했던 그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에서 맞붙은 한국과 미국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과의 상담 치료 시간에, 자신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놓쳤던 1975년 월드시리즈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환호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미국인에게 1975년 월드시리즈는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거든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흥분이 재연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KBO 경기는 아니고요, 2006년에 있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전입니다.


Youtube @비디오머그–VIDEOMUG < 빠던의 나라 한국,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실력으로 이겨본 적 있다?>


한국시간으로 2006년 3월 14일,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 경기 2차전에서 MLB 올스타가 모두 출전한 미국을 7-3으로 대파한 겁니다. 이승엽과 최희섭의 홈런이 직접적인 승리의 원인이 되었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수비 집중력과 선수들의 응집력이 승리 요인으로 꼽혀요. 이 경기 때문에 야구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KBO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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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야구 룰 4가지


야구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즐기기 위한 다음 단계는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겠죠. 대충 야구라는 스포츠가 공을 던지고 그 공을 잘 받아친 후 각 베이스를 밟아 점수를 내는 것이라고는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야구 룰을 알고 있다면 홈런에만 열광하는 단계를 벗어나 선수들의 플레이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포스아웃과 태그아웃


어떤 때는 베이스를 밟는 것만으로 아웃(포스아웃)이 되고, 또 어떤 때는 공이 든 글러브로 주자를 태그했을 때 아웃(태그아웃)이 되는 상황이 있죠? 왜 다른 방식으로 아웃을 시키는 걸까요? 그 차이는 포스 플레이 여부에 있습니다.



포스 플레이란,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루에 나가 있는 주자들이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쳐서 내야 땅볼이 되었을 때, 타자는 1루로 뛰기 시작하겠지요. 1루에 주자가 있다면 2루로 진루해야 하는 상황, 이 상황을 포스 플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는 포스아웃, 즉 베이스를 밟는 것만으로도 아웃이 됩니다.


반대로 포스 플레이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태그아웃을 해야 합니다예를 들어,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지 않아 포수가 공을 받은 상황이나 타자가 친 공이 땅에 닿지 않고 수비수가 잡아 아웃이 된 상황에서 1루에 나가 있는 주자가 2루로 도루를 시도할 때, 이때는 태그아웃이 이루어져야 아웃으로 인정되는 것이죠.



고의낙구와 인필드플라이


고의낙구는 노아웃 또는 1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인필드플라이나 라이너성 공이 수비수의 몸이나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을 때, 심판이 ‘이건 잡을 수 있는 공인데 고의로 놓친 것 같다’고 판단하면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이때 주심은 볼 데드(Ball Dead, 야구 경기에서 정해진 규칙이나 심판원의 타임 선언에 따라 모든 플레이가 중지된 상태나 시간) 판정을 하고 타자는 아웃 처리, 주자는 이전 루로 귀루 조치를 시킵니다.


그런데 수비수의 몸이나 글러브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같은 판정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바로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되었을 때입니다. 인필드플라이는 노아웃이나 1아웃, 주자가 1루와 2루에 모두 있거나 만루인 상황,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에서 떴을 때 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미리 플라이 아웃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약간 다른 조건에서 적용되는 고의낙구와 인필드플라이는 모두 공격팀의 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주자는 타자가 친 공을 보고 뛸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거든요. 쳤다고 무조건 달리는 건 아니에요. 플라이 상황이라면 뛰지 않아야 하죠. 플라이일 경우 자신이 있던 루로 다시 돌아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수비수가 고의로 공을 잡지 않고 떨어뜨리게 되면, 포스 플레이 상황이 됩니다. 달려야 하죠. 이런 경우 수비팀은 병살 또는 삼중살로 주자를 쉽게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신사적이지 못한 것이죠.



외야와 내야에 따라 달라지는 파울볼 판정


먼저 페어볼과 파울볼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요. 페어볼은 파울라인 안쪽, 페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공을 말하고, 파울볼은 파울라인 바깥으로 나간 공을 말합니다. 참고로 파울라인에 바로 위에 떨어진 공은 페어볼일까요? 파울볼일까요? 첫 바운드가 파울라인 위에 있다면 페어볼입니다.



파울볼은 외야와 내야의 기준이 약간 달라요. 외야의 경우, 공의 최초 낙하지점에 따라 페어와 파울을 구분 짓게 됩니다. 간단하죠. 떨어진 위치만 보면 되니까요. 내야의 경우에는 공의 최후 정지 지점 또는 수비수가 공을 잡은 지점으로 페어와 파울을 판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타자가 친 공의 최초 낙하지점이 내야였지만 굴러서 파울라인 밖으로 나가게 되면 파울이 되고, 같은 상황에서 공이 굴러 파울라인 밖으로 나가기 전에 수비수가 공을 잡았다면 페어가 되는 것이죠.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분명 삼진인데 포수가 타자의 몸에 태그해 아웃시키는 상황, 불필요할 것 같은 이런 태그아웃은 왜 나오는 걸까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낫아웃(정식명칭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알아야 합니다. 낫아웃이란, 투수가 두 번째 스트라이크 이후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지만 포수가 공을 잡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데요. 이때 타자는 스트라이크 아웃인 상황이지만 아웃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해서 타자로서 아웃은 당했지만 공이 빠졌기 때문에 홈에 나가 있는 주자처럼 인식되는 것이죠.


여튼 타자는 아직 아웃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1루까지 달려갈 수 있고, 포수는 직접 공을 잡아 태그아웃시키거나 타자가 1루에 도착하기 전에 1루로 송구해 아웃시킬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은 타자의 스윙 여부와는 무관하고, 노아웃이나 1아웃 상황에서는 1루에 주자가 없을 때만, 2아웃 상황에서는 1루 주자와 무관하게 낫아웃 상황이 성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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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을 앞당긴 사건, MLB와 KBO 역대급 오심



MLB 역사상 역대급 오심


MLB 역사상 역대급 오심은 2010년 6월 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아르만도 갈라라가(Armando Galarraga) 투수가 9회 2아웃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마지막 타자가 친 공이 땅볼이 되어 아르만도 갈라라가 투수가 달려가 1루를 밟고 공을 잡았어요. 퍼펙트 게임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는데요. 그런데 그때 1루 심판이었던 짐 조이스(Jim Joyce)가 세이프를 선언한 거죠. 느린 화면을 보지 않아도 누가 봐도 아웃이었던 장면이었지만 심판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어요. 비디오 판독 이전이었거든요. 여튼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다음 투수를 아웃시키고는 퍼펙트도, 노히트도 아닌 그냥 완봉승만 거두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짐 조이스 심판은 아르만도 갈라라가에게 ‘오심이 맞다,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며 사과합니다. 그리고 같은 해, ESPYS 어워드에서 야구 부문 최고의 인물로 선정된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수상소감으로 이렇게 말해요. “홈런 안 맞는 투수 없고, 삼진 없는 타자도 없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오심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라고요. 실제로 MLB에서는 2008년부터 홈런, 파울 판정에만 제한된 영상판독 시스템이 시작되었고, 2014년이 되어서야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Youtube @MBC Sports+ <'메이저리그 역대급 오심' 퍼펙트게임보다 더 퍼펙트한 갈라라가>



KBO 역사상 역대급 오심


KBO 역대급 오심 중 하나는 2014년에 있었던 기아 타이거스와 SK 와이번즈의 경기에서 있었습니다. 4월 29일 광주, 2회 초 무사 3루 상황에서 타자로 들어선 SK의 나주환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게 되는데요, 느린 화면으로 보니 공은 배트에 맞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때는 그냥 넘어갑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심이 이어집니다. 1루에 있던 SK의 조동화가 도루를 시도하는데요, 포수는 투수의 공을 받자마자 빠르게 2루로 송구해 태그아웃되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기아의 감독이었던 선동열 감독은 마운드에까지 나와 헛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지만, 오심은 다음 날도 계속 이어집니다. 6회 초 조동화의 병살타성 타구를 1루에서 세이프 선언한 것입니다. 또 계속된 오심에 화가 난 취객이 7회 초 SK의 공격을 앞두고 그물망을 타고 넘어와 그라운드로 난입, 1루심을 보던 박근영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어요. KBO는 이때까지 홈런성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독만 가능했습니다. 이 경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2014년 후반부터는 한국형 비디오 판독인 심판 합의 판정제를 도입하게 되었어요. MLB와 같은 비디오 판독제가 도입된 것은 2017년입니다.


Youtube @YTN NEWS <계속되는 오심...관중이 심판 공격>


MLB든 KBO든 오심은 항상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MLB가 더 오심이 많다고도 하고요. 심판 판정에 오류가 없는 완벽한 게임을 위해서는 카메라를 늘리고 논란이 되는 매 순간 비디오를 판독하거나 5G 기술을 적용하면 됩니다. 실제로 5G 스마트경기장으로 진화한 수원 KT위즈 파크의 카메라 수는 51대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눈을 통해 판정을 내리는 이유는 기계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심판의 치명적 실수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오심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아르만도 갈라라가 투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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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드라마를 쓰는 야구의 매력, KBO의 매력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KBO가 유명해진 건 우리가 빠던이라고 부르는 배트플립(Bat flip), 야구장에 갔으면 목이 쉬어야 하는 것이라 배운 흥 많은 응원 문화, 그리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카메라 워크였어요. 지금의 메이저리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었죠.

 

이렇게 보니 ‘빠던’은 예술이었어! | 출처: ESPN <The art of letting go>


하지만 그들이 보고 싶었던 건 매 시즌마다 야구가 쏟아내는 드라마입니다. 누구에게 공이 갈지 모르고, 그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며, 9회 말까지도 승패를 예상하지 못하는, 공보다는 선수를 비추는 경기.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모두가 공평하게 주목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야구야말로 다른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팀을 하나 정하세요. 그리고 그 팀이 가진 것을 찾아보세요. KBO로의 입덕은 이렇게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제 막 KBO의 매력에 빠진 그들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