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편] ‘세계 물의 날’에 보는 환경오염,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실화 영화

Story/효성


매년 3월 22일, 도로변 간판처럼 우리는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을 지나칩니다. 물론 물의 소중함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이 날에도 수도꼭지를 비틀어 넘치듯 물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세계 물의 날, 물을 오염시키는 이기심을 고발하는 실화 영화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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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1988년에 시작됐지만, 아직 현재진행 중인 사건이 있습니다. 소 190마리의 갑작스런 떼죽음, 검게 변색된 이,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 기형아 출산은 세계 최대 화학기업이 만든 독성물질 유출 사건의 결과죠. 맞습니다. 지난 3월 11일 국내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입니다.


출처: 다음 영화 <다크 워터스>


영화 <다크 워터스>는 D사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매립지에 유해물질을 불법 처리하게 되면서 강의 물을 마신 동물들, 지역의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이 중증 질병에 시달렸던 실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를 몇 가지 꼽자면, 거대 기업의 환경 스캔들을 폭로하고 20년간 소송을 외롭게 이어가는 변호사, 롭 빌럿, 유해성을 알면서도 독성 폐기물질(PFOA)을 무단 방류하고 진실을 은폐한 글로벌 거대 기업 D사의 막강한 자본력, 처음엔 충격적이라며 떠들어대던 매체와 대중의 무관심과 비아냥, 그로 인해 피폐해져 가는 피해자들입니다. 거대기업과 이에 맞서는 소수의 싸움에 항상 등장하는 이슈들이죠. 이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영화는 현실과 연결됩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들이 만든 화학물질을 품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인류의 99%가 중독되었다고도 말해주는 영화, 우리 집 프라이팬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영화, <다크 워터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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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2000


그녀는 조금 덜 평범합니다. 두 번의 이혼 경력, 세 아이의 엄마, 계좌에는 달랑 16달러,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죠. 게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법정에서의 거친 언행 때문에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자신의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 에드 매스리를 무작정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에린은 변호사 사무실 구석 자리를 얻게 되고, 서류 하나와 마주하게 되죠. 지역 주민의 부동산 거래 서류에 의료 기록이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 또 무작정 의뢰인을 찾아가죠. 의뢰인의 자녀들이 PG&E에서 사용한 6가 크롬의 피해자인 것을 확인합니다.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가 중금속에 오염된 냉각수를 정화처리 없이 방류해 마을의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이죠.

 

출처: 다음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법률 지식이 전무한 에린의 시선으로 본 피해자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보상이 아니라 아이들이 풀장에서 노는 걸 보고 싶고 피해자의 아이, 스탠처럼 척추 때문에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것, 즉 자녀들과 안전하게 사는 것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이 영화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에린이 기업과 사회에 던지는 거친 메시지 덕분인데요, 친구가 대신 욕해주는 것 같은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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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액션> A Civil Action, 1998


잘나가는 변호사 잰이 있습니다. 그는 포르셰를 몰고 다닙니다. 승소를 위해 싸우지 않고 합의를 위해 쇼를 합니다. 어느 날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매사추세츠주 워번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외아들을 잃은 여인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들이 백혈병으로 죽었는데, 자기 마을에 이렇게 죽은 아이가 8명이나 된다는 것이었죠.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소송이라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 마을을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그곳에서 잰은 마을의 식수원인 강의 상류에 자리잡은 그레이스 사와 베아스트리스 식품회사가 불법 매립한 산업폐기물이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그 물을 마신 마을 주민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의 팀은 민사소송에서 베아스트리스 사의 책임만을 인정받아 적당한 선에서 합의금을 받아내고자 하지만 잰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는 대기업의 사과를 바라던 것이었죠. 결국 잰은 혼자 남아 소송을 이어가고, 급기야는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다 사건기록이 워싱턴의 환경청(EPA)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출처: 다음 영화 <시빌 액션>


시빌 액션은 ‘민사소송’이란 뜻입니다. 대부분의 민사소송이 그렇듯 승소가 아니라 합의를 목적으로 소송이 이루어집니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돈만 밝히던 합의 전문 변호사 잰이 진실을 마주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잰 역을 맞은 존 트라볼타를 비롯한 윌리암 H. 메이시, 토니 샬호브, 로버트 듀발의 연기 덕분에 감동을 배제한 리얼리티를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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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드 랜드> Promised Land, 2012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실화도 아니고 앞서 소개한 영화처럼 피해자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개발과 환경오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천연가스 회사 ‘글로벌’에서 근무하는 스티브는 유능한 협상가입니다. 그는 천연가스가 묻혀있는 펜실베이니아의 농촌 마을을 방문해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현지에서 옷을 구매해 착용하기도 하죠. 그의 파트너 수와 함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놀랍게 그들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듭니다. 남편에게는 그가 가진 땅의 미래 가치를 이야기하고 아내에게는 자녀들의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상에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스티브는 자신이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마을은 개발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고 있거든요. 다만, 작은 실마리는 제공합니다. 바로 환경단체 운동원인 줄 알았던 더스틴이라는 인물의 실체 때문이죠.

 

출처: 다음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입니다. 스티브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수행합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부지런히 일하며 높은 자리에 오르길 바라는, 꼭 나와 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가 마을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지 모른 채 말이죠. 실제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땅을 뚫는 과정에서 지하수의 오염은 당연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전보다 더 많은 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농장의 동물들 또한 폐사할지도 모릅니다. 모두 일어나지 않은 일들입니다만 우리는 알 수 있어요. 그 땅은 스티브가 약속한 땅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요. 앞에 소개한 세 편의 영화가 환경오염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프라미스드 랜드’는 환경오염 이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쩌면 세 편의 영화 속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영화일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환경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영화처럼 산업폐기물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오염된 물 때문에 수면 위로 떠 오른 사건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죠.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잊고 살아갑니다. 각성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가 환경오염을 소재로 한 사회 고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도, ‘세계 물의 날’이 생겨난 이유도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조금은 무겁게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