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f Things] 타이어와 타이어코드

Story/효성


싸게 파는 곳을 검색했다.

인치와 브랜드만 확인했다.

뭣 모르고 바꿨다.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어쩌다 신발과 타이어 가격을 비교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어가 결국 신발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요즘 신발은 필요에 따라 금방 바꿔 신을 수 있는 소모품의 성격이 강해졌기도 하니까요. 덕분에 자동차를 좀 아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타이어는 일반 차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동네 아는 형님처럼 친근하지만, 알고 보면 몸값 높은 전문직 종사자, 타이어 님을 모셔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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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뭐 항상 바쁘죠. 좀 복불복이긴 한데요, 아침 일찍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는 건 기본이고, 어쩔 땐 종일 일하기도 해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항상 스탠바이해야 합니다. 사실 많은 분이 달리고 있을 때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일을 하고 있거든요. 멈춰있는 순간까지도 차체의 하중을 떠받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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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는데요, 왜 타이어를 타이어라고 부르죠?


사실 제가 제 이름의 출처를 잘 모릅니다. 그냥 사람들이 타이어라고 부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는데, 얼마 전엔 좀 찾아봤어요. 자동차에서 가장 피곤하게 굴러가는 부품이라서 ‘피곤하다(Tired)’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고요. (웃음) 


타이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건 프랑스에서라고 합니다. 여러 부품으로 나뉘어 있던 손수레나 마차 바퀴를 하나로 묶어주는 링을 뜻하는 것이었죠. 당시 타이어는 ‘당기다’는 의미의 프랑스어 ‘Tirer’로 표기되었고, 이게 영국과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유사한 발음 ‘묶다(Tie)’와 비슷한 타이어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모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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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동차에서 타이어의 포지션은 가장 아랫부분입니다. 불만은 없나요?


불만이 있어서는 안되는 포지션이죠. 왜냐하면 운전자나 동승자,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다른 부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모든 구성품은 불평 대신 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수행합니다. 자동차는 출력, 제동, 안전을 위한 장치의 조합이잖아요. 타이어는 이 모든 부분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사명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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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어리석은 질문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알기론 타이어가 생각보다 복잡해요. 타이어의 구조를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타이어는 크게 트레드(Tread), 카카스(Carcass), 비드(Bead)로 나뉩니다. 트레드는 도로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입니다. 가속과 제동, 승차감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카카스는 타이어의 모양을 유지해주는 뼈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카카스 덕분에 자동차의 하중을 견디고, 외부의 충격을 흡수합니다. 비드는 타이어를 림에 고정시켜 높은 압력의 공기를 품을 수 있게 하고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트레드와 카카스 사이에 있는 벨트(Belt)는 주행 시 노면 충격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트레드의 노면에 닿는 부위를 넓게 유지해 주행 안정성을 우수하게 합니다.


(TMI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벨트에는 나일론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카카스에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비드에는 비드와이어라는 타이어 보강재가 들어가 있다는 거예요. 타이어를 더욱 타이어답게 만드는 소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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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타이어를 더욱 타이어답게 만든다’ 상당한 센텐스(sentence)인데요. 정확히 타이어 보강재가 뭐죠?


아직도 ‘타이어’라고 하면 노면과 직접 닿는 트레드(Tread) 부분만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그렇죠. 타이어의 홈이 닳아 있는 모습을 보고 차량 운영에 위험성을 느끼고 타이어 교체를 고려하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기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일까요? 아니죠. 근육을 단련해 뼈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강한 외부의 자극에서 내 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더욱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타이어의 벨트와 카카스, 비드에 쓰이는 타이어 보강재는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근육과 뼈대에 해당합니다.




타이어코드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부를 구성하는 보강재로서, 타이어의 형태 유지 및 편안한 승차감을 부여하는 핵심 소재입니다.








스틸코드

스틸코드는 카카스를 강하게 잡아주어 트레드의 탄성을 높이고 조정성, 안정성을 갖게 합니다.








비드와이어

비드와이어는 타이어를 보강해주는 주요한 보강재로, 타이어의 림으로부터 카카스 층이 마모되는 것을 보호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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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중요한 소재인데, 우리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타이어를 결정할 때 대부분 휠에 맞는 단면폭과 인치, 브랜드를 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에 불편함을 못 느꼈다면 같은 제품을 선호하기도 하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설명해 드리면, 타이어 교체하러 카센터나 타이어 전문 업체에 방문했을 때 이런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이 제품은 타이어코드가 끝내줘요.’

‘이걸로 바꿔보세요, 스틸코드 강도가 메가 텐슬(Mega Tensil)급이에요.’

‘비드와이어의 강도가 향상된 제품이에요.’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없잖아요. 대부분은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내구성, 승차감, 핸들링, 제동력 등을 언급합니다.


‘이 타이어는 사용하시던 것보다 내구성과 승차감이 훨씬 좋아요.’

‘핸들링과 제동력이 업그레이드됐어요.’

‘이 타이어는 저소음 설계 제품이에요.’

‘그래서 조금 비쌉니다.’


실제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승차감에 영향을 줍니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타이어코드라는 말을 빼고 설명을 합니다. 그래서 몰랐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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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타이어코드가 어떤지, 스틸코드가 어떤지 물어봐야겠어요.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만약에 정말 설명을 해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는 척하다 망신당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전세계의 45%가 사용하는 타이어 속 타이어코드는 효성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전세계 승용차 2대 중 1대가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물어봐도 효성 제품이라는 답변을 듣게 될 확률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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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5%면 독보적인 것 아닌가요? 어떻게 이런 퍼센티지가 나올 수 있죠? 죄송합니다. 이건 효성에 물어봐야 하는 질문 같네요.


아니에요. 저희 집안은 1968년 이후로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잘 압니다. 설명해 드리죠. 원래 타이어코드는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기술 개발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설사 생산 능력을 갖추었다 해도 검증 안 된 신생 타이어코드 사업자는 거래처를 잡기가 쉽지 않아요. 자동차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효성은 동양나이론 설립과 동시에 타이어코드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2년 후인 1968년 첫 나일론 타이어코드가 효성 울산공장에서 생산되었죠. 효성 타이어코드의 경쟁력은 높은 품질과 낮은 원가, 그리고 기술력이었습니다. 이때 저희 선조께서 효성의 타이어코드로 갈아타신 거예요. 선견지명 같은 게 있으셨던 거죠. 일류 제품이 될 거라는 확신이요.


이어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입니다. 드디어 3대 타이어 보강재를 모두 생산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2000년 이후 줄곧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효성 베트남법인 타이어 보강재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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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타이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중에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느 자동차 광고처럼 타이어도 잘 나가고 잘 서면 됩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오랫동안 편안하고 안전하게 타면 그만입니다. 자동차 마니아나 카레이서라면 모를까, 그냥 기동성에 기대어 자동차를 굴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비싼 소모품일 뿐입니다. (사실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3~4년 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계산해보면 한 달에 대략 10,000원꼴이니까요) 그렇다 보니 바꾸고 나서도 한참 더 싼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합니다. 본전 생각이 나거든요. 아까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제품을 비싸게 살 필요는 없지만,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살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제값을 치르지 않은 것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타이어의 구조부터 핵심소재까지 모두 섭렵해 따져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처럼 그냥 모르고 사셔도 됩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효성을 사용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안전할 테니까요.




참고자료

시사저널 <타이어코드 세계 1위 효성 울산공장, 비결은 기술 경쟁력>

JTBC뉴스 <안전 지키는 타이어 코드... 효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Motorgraph <타이어의 어원은 무엇?...”철제 타이어도 있었다는데”>




  ✔ 효성의 효자상품을 세계에 알리다. 섬유영업팀 김효정 사원

  ✔ 퍼포먼스7 4부. 글로벌로 달리는 타이어보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