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in the VOC] 열이 하나를 이긴다, 당연하게도

2019. 6. 14. 16:20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일상 업무에서 듣게 되는 고객의 목소리를 필요한 부서나 동료, 상사에게 잘 전달해 최대한 빨리 가장 유효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이들을 이길 수 있는 전담 조직, 전문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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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륙 작전의 숨은 영웅


1950년 늦여름, 맥아더 미군 사령관은 적의 기세를 단번에 꺾고 밀리고 있던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을 대대적인 상륙 작전을 구상했습니다. 우리가 ‘인천 상륙 작전’으로 알고 있는 ‘크로마이트 작전(Operation Chromite)’이었죠. 그러나 인천 상륙 작전의 이름은 다른 이름으로 바뀔 뻔했는데요. 미 첩보국이 조수 간만의 차가 극심한 인천 대신 군산이나 평택이 상륙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첩보국 내의 그런 여론을 바꾼 것은 뜻밖에도 한국계 미군이었던 임병래 중위였습니다. 신분을 감추고 인천 지역에 잠입해 있던 임 중위는 동네 주민, 어부, 주둔해 있던 북한 군무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조수 간만의 차가 크긴 하나 수심이 얕아 상륙정이 정박하기 좋고, 인천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의 숫자가 알려진 것보다 의외로 많지 않으며, 북한군이 새로 건설한 도로 덕분에 상륙하기만 하면 서울로 단숨에 진격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아냈죠. 임 중위가 수집한 생생한 목소리 덕분에 상륙 장소는 인천으로 정해졌으며,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알 듯 대성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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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매니저들이 살려낸 옷 가게


실제 전장에서 이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주요한 의사 결정은 대부분 최고 지휘관이나 주요 참모가 내리는 것 같지만 그 기반이 되는 것은 현장에서 전투를 치르거나 첩보 활동을 하는 초급 지휘관이나 병사의 판단, 혹은 그들이 전장에서 수집한 정보에 의한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현대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모든 전략적 판단의 시작은 현장의 목소리이며, 의사 결정의 속도와 수준은 현장을 뛰는 개별 임직원들이 얼마나 고객의 목소리를 민감하게 듣고, 그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조직 내에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엔 남성복만 취급하는 의류점 맨즈 웨어 하우스(Men’s Wear House)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엇비슷한 의류 업체의 몰락 속에서도 그들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시끄러운 매니저’들 덕분이었죠. 맨즈 웨어 하우스의 매장 직원(매니저)들은 단순히 옷만 파는 것이 아니라, 매일 영업이 끝날 무렵 하루 동안 만났던 고객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본사로 보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창업 무렵부터의 전통으로, 이를 통해 고객들이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고, 어떤 소재는 불만인지, 매장의 조명은 어때야 하고, 가격대는 어느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를 결정했죠. 판단은 경영진이 하지만 그 시발점은 철저하게 고객으로부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현장 일선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개별 임직원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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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나은 열


고객의 목소리(VOC)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수집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분석 전문가들을 경쟁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고객의 소리를 듣고 그를 기업의 전략과 실행에 접목하는 데는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속칭 ‘천재론’보다는 ‘한 명의 천재라도 열 명의 평범한 이를 이길 수 없다’라는 이른바 ‘범재론’이 옳습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일상 업무에서 듣게 되는 고객의 목소리를 허투루 다루지 않고, 그 본의를 훼손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한 부서나 동료, 상사에게 잘 전달해 최대한 빨리 가장 유효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이들을 이길 수 있는 전담 조직, 전문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 신이지(<링커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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