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영화 속 최고의 선생님

Story/효성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니, 잊고 있었던 학창 시절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학생 때는 무섭기도 하고 괜한 반항심에 싫고 미워서 피하고만 싶었던 존재. 하지만 더 이상 학교와 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울타리도, 선생님이라 부를 존재도, 누군가의 지도와 보살핌도 없는 사회인이 되고 나니, 이따금씩 그리워집니다. 철이 들고 나니,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되고,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하지요.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아마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이 없을 것 같은데요. 수많은 학생 중에 하나였던 자신을 기억이나 하실까 하는 마음과 이제 와서 찾아 뵈려니 민망한 마음에 망설였다면 한 번 용기를 내보세요. 오늘은 스승의 날이잖아요.


스승의 날이 되면 떠오르는 잊지 못할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요? 따뜻하고 인자하셨나요? 아니면 엄하셨나요? 아니면 지금 소개해드릴 영화 속의 선생님을 닮으셨나요?




 엄하면서 자상하게,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 교수님


 

사진: 다음 영화



국민, 아니 전세계인의 선생님, ‘캡틴, 오 마이 캡틴!’ 로빈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굿 윌 헌팅>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죠. 그는 영화 속에서 MIT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로 분합니다. 그리고 천부적인 수학적 재능을 가진 윌 헌팅(맷 데이먼)을 만납니다. 윌은 학대 받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마음 속에서 딱지로 내려앉은 채 수십 년을 살아 왔는데요. 그로 인한 마음의 결계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맥과이어 교수는 그런 윌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갑니다. 굳게 닫힌 마음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요.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때로는 자상하게 보듬어주기도 하죠. 그 결과, 오만 방자했던 윌의 태도는 사라지고 점점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엽니다.


윌을 향한 맥과이어 교수의 교육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바로 경청입니다. 이처럼 제자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며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스승이 있다면, 얼음같이 차가운 마음도 금새 녹아 사라지겠죠?


그래서 그럴까요? <굿 윌 헌팅>에서 보여준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에 관객이 해제됩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작품에서 만날 수 없지만,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항상 존재하는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였습니다.




 귀신 잡는 선생님, <위험한 아이들>의 루앤 존슨 선생님


 

사진: 다음 영화



이번에는 여리여리한 외모와는 달리 귀신 잡는 해병 출신의 선생님입니다. 바로 미셸 파이퍼가 분한 <위험한 아이들>의 루앤 존슨입니다. 그녀는 9년간 복무한 미 해병대를 제대한 후, 파크몬트 고등학교의 교사가 됩니다. 얼떨결에 특수반 담임을 맡게 되지만요. 특수반은 공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소위 문제아라고 부를만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급입니다.


이에 루앤 선생님은 정규 교과 과정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만의 교수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바로 밥 딜런이 부른 ‘Mr. Tambourine Man’의 노랫말을 이용하는데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업 방식에 학생들은 하나 둘씩 공부에 흥미를 가집니다. 



“탬버린 연주자여, 연주를 해줘요.

난 졸리지 않고, 갈 곳도 없어.

탬버린 연주자여, 연주를 해줘요.

징글쟁글 아침이 오면, 나 그대를 따라 갈 거야.”


Bob Dylan – Mr. Tambourine Man 中



루앤 선생님은 노래 가사에 내포된 의미를 가르칩니다. 나아가 토마스 딜런의 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로 한층 심화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학생들에게 ‘옳지 않은 일에는 굴복하지 말고 맞서 싸워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배움이 곧 힘이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일깨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해병 출신답게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그녀의 특기입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직접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그런 노력이 가상했는지 특수반 학생들은 루앤 선생님에게 점점 마음을 엽니다. 


아무리 싫더라도 매일같이 얘기 좀 하자고 찾아오면 미운 정이 들 수 밖에 없을 듯 한데요. 루앤 선생님처럼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마음 역시 좋은 선생님이 지녀야 할 자질 중 하나겠죠? 여기까지 <위험한 아이들>의 루앤 존슨 선생님이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라자르 선생님>의 바시르 라자르 선생님


 

사진: 다음 영화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주인공, 바시르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는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 매력적입니다. 고향인 알제리에서 테러범으로부터 가족을 잃고 캐나다로 망명하는데요. 아마 테러범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그곳에서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급을 담당하는 담임 선생님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사건은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안깁니다. 그리고 라자르 선생님은 부재 중인 담임 선생님을 대신하는 교사로 부임합니다. 그렇게 상처받은 그들이 서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라자르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라자르 선생님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직업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사실 알제리에서 라자르 선생님은 교사가 아니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치유하고자 아내의 직업이었던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죠.


영화가 전개되면서 라자르 선생님은 숱한 갈등 상황에 처합니다. 자살 사건으로 받은 아이들의 상처에 대처하는 자신의 방식과 학교 시스템, 과거식 교육과 현대식 교육 방법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자세를 낮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라자르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작은 애벌레들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영양분을 내어주는, 마치 아낌없는 나무처럼 한 명 한 명을 정성껏 보살핍니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잃은 자신의 상처 또한 서서히 아물어가고요.



“왜 자살했는지 알려고 하지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교실은 집과 같은 곳이다. 여기서 우정을 쌓고 공부를 하고 예의를 배우지. 활기가 넘치고 인생을 준비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곳이야. 슬픔과 고통까지도 모두 함께 이겨 나가야 해”


<라자르 선생님> 中



영화 속 대사입니다. 쉬쉬하고 말을 꺼내지 않음으로써 조용히 넘기길 원하는 학교에 반해 라자르 선생님은 밖으로 드러내고 슬픔을 공유하며 학생들 모두가 함께 극복하도록 도와줍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라자르 선생님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때로는 슬프면 마음껏 슬퍼하고, 힘들면 마음껏 힘들어하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편이 시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강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지나가버리니까요.




 무한 긍정 교육!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츠보타 선생님



사진: 다음 영화



노란 머리에 진한 화장. 공부는 뒷전이며, 하고 싶은 대로만 사는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를 학교에서는 불량소녀로 낙인 찍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겉모습만을 보지 않고, 숨어있는 가능성을 본 선생님이 있습니다. 바로 입시학원의 츠보타(이토 아츠시) 선생님이죠. 상담 시험에서 한 문제도 맞추지는 못했지만, 답을 모두 채워 넣은 사야카를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주는데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었던 사야카는 초긍정 츠보타 선생님의 지도 아래, 명문 게이오대학교를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외면 당한다고 해서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힘든 도전임을 저도 잘 압니다. 안 되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있다면 오직 무능한 선생만 있을 뿐입니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中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을 증명하듯, 츠보타 선생님은 무한 긍정 교육으로 불량소녀 사야카를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오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바라보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죠. 그런 올바른 선생님의 역할을 츠보타 선생님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츤츤대는 츤데래, <완득이>의 이동주 선생님



사진: 다음 영화



이번에는 앞서 소개해드린 선생님과는 조금 스타일이 다릅니다. 걸핏하면 욕과 막말 작렬에 공부할 놈들만 하면 된다는 쿨내 돋는 교육관을 지녔습니다. 바로 배우 김윤석 님이 열연한 <완득이>의 이동주 선생님입니다.


동주 선생님이 특히 애정하는 학생은 도완득(유아인)인데요. 완득은 자신이 처한 가난과 불우한 환경이 싫어 세상을 향해 반항하는 고등학생입니다. 다만 교회에서 ‘똥주 좀 제발 죽여주세요’라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유치한 시를 써주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죠.


동주 선생님은 그런 완득과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밤낮없이 제자를 부릅니다. ‘얌마 도완득 햇반 하나 던져라’, ‘얌마 도완득 쓰레기 버리고 와라’ 등등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괴롭힘은 학생을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하지 않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데요. 거칠고 투박하지만 모두 애정표현이죠. 그 때문에 이 둘은 항상 티격태격합니다.


열여덟, 한창 예민할 나이의 완득은 자신의 가정 환경을 숨기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동주 선생님은 그것이 뭐 대수라며 학우들 앞에서 얘기해버립니다. 그리고는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말을 특유의 츤츤거리는 말투로 돌려서 얘기합니다.



“가난이 쪽팔리는 게 아니라 굶어 죽는 게 쪽팔리는 거야. 아버지께서 선천적으로 그렇게 되신 거 그게 네 아버지 잘못이야? 뭔 놈의 가난이 그렇게 쪽팔릴 이유가 있어? 나중에 나이 먹어봐라. 그것 때문에 쪽팔렸다는 그게 더 쪽팔릴 거다.”


<완득이> 中



위와 같은 대사를 남기죠.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린 완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게 하려는 동주 선생님의 노력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이에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요.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 눈치 보지 말고 쿨하게 놀라는 이동주 선생님. ‘고2 지났으면 대학은 정해졌다’, ‘대학만 대학이 아니다, 세상이 대학이다’는 멋진 말을 남기고 1년을 마무리하는데요. 난무하는 욕설과 막말이 때로는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깊은 동주 선생님과 함께라면 힘든 수험생 시절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때로는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도 선생님께는 털어 놓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어느 정도 속이 후련해지죠. 지금까지 살펴본 영화 속 선생님들 역시 진심으로 학생을 위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힘겨움을 달래주었는데요. 각자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가 참된 교육을 실천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선생님이 있나요? 학창 시절에 한하지 말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좋습니다. 친구, 가족, 옆자리 동료 등 누구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멘토의 개념으로 보면 좋겠네요. 그리고 올해 스승의 날에는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고마움을 표현해 보세요. 내 인생의 선생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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