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엘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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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와 ‘허세’ 사이에서 최현석은 바빴습니다. 1,000개의 창의적인 레시피를 보유한 경력 20년 차 셰프로 발군해오면서, 멈출 수 없는 허세 본능으로 셰프테이너(Cheftainer) 시대를 스스로 열어젖혔죠. 그리고 2016년 그는 10여 년간 꿈꾸어온 세계 무대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셰프 본색, 국민 밥상을 바꾸다

 


주말이면 소파에 철퍼덕 붙어 TV를 사수하던 아빠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섰다. 친정엄마에게 전수받은 레시피만을 고집했던 엄마들이 ‘고급’ 요리에 도전하며 플레이팅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쿡방’의 원조 최현석 셰프가 이끈 밥상의 기적이라 불러 마땅하다.


“요즘 방송 활동을 하며 저도 요리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있어요. 요리 콘텐츠가 단순히 따라 하는 교양이 아닌 예능으로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시는 분들도 요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경험하시는 것 같아요. 셰프들이 선보이는 요리 스킬도 재미를 더하고요.”


어린 시절에는 태권V 조종사와 로보캅이 되고 싶었던 그다. 한때 무술에 매력을 느껴 우슈 파이터를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칭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까지 셰프’인 채 주방을 무대로 재야의 고수들과 들들 볶고 지지며 겨룬다. 최현석 셰프의 전매특허가 된 허공에 소금 뿌리기, 앞치마를 탁 치며 두르는 동작도 무술영화 <동방불패>의 흡성대법을 보고 응용했다고. 그런데 이 화려한 액션이 무색하게도 그는 셰프들과의 겨루기에서 종종 패한다.


 

 

“지면서 배운 것이 많아요. 비싼 식재료나 뛰어난 테크닉으로 만든 요리가 늘 좋지는 않다는 거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는 셰프의 스킬이나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취향과 감성적인 부분까지 존중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먹는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에 더 신경 쓰고 요리에 마음을 담아내는 요리사가 좋은 요리사인 거죠.”


예술가의 작품이 작가를 투영하듯 요리는 셰프를 닮는다. 요즘 최현석 셰프가 즐겨 만드는 요리는 ‘식용 꽃’을 사용하는 요리다. 꽃이지만 향기가 나지 않는 식재료인데 유자와 바질을 조합해 꽃향기가 나는 것처럼 메뉴를 만들었다. 섬세한 정성이 피워낸 꽃 요리, 그의 요리에서는 매사 최선을 다하는 요리사 최현석의 향까지 묻어난다.



 최고에 이르려면 글로벌한 생각이 먼저다


우리회사는 2016년에도 Global Excellence를 향한다. 최현석 셰프에게도 9년 전부터 밝혀온 두 가지 꿈이 있다. ‘세계 미식 도시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과 ‘명문 요리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반갑게도 이 두 가지가 올해 모두 가시화된다. 새로운 도전으로 얼마나 또 바빠질지, 어떤 재미를 경험할지 생각하면 벌써 심장이 뛴다. 요리 비즈니스의 성장도 일반 기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최현석 셰프는 “세계 최고의 꿈을 이루려면 구성원 개개인이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그것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먼저 글로벌해야 합니다. 저는 요리할 때마다 ‘내 요리가 세계인들이 좋아할 만한가?’를 고민합니다. 그 결과 제 고유의 맛을 양식 요리에 잘 접목하는 것만이 길이란 걸 알았습니다. 경쟁자들과는 다른 결과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요. 늘 창의적이면서도 최현석다운, 나만의 차별성은 무엇일까를 고심합니다.”


 

한 접시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주방에서의 팀워크다. 최현석 셰프가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당부하는 것은 동일하다. “기본을 지켜달라”는 것. “원론적이지만 요리의 맛이나 감각은 제가 걱정할 영역”이라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요리 자체의 기본을 빈틈없이 잘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더러 강요도 한다”며 웃었다.


“제 요리 철학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예요. 요리사들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요리하고자 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요즘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이 요리를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여겨주시고, 먹는 가치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주셔서 기뻐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유쾌해져서 요리사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아주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글 | 김경민(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 ㈜플레이팅, 쿠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