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리포트] 세빛섬, 한강의 심장을 꽃피우다

Story/효성

 세빛섬

 

 

 

 

조선 왕조 때 비로소 도읍지의 강이 된 한강은 파리의 센 강, 런던의 템스 강, 프라하의 블타바 강 등 유명하다는 세계 어느 도시의 강보다 훨씬 거대하고, 스펙터클한데요. 그런 한강에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김태만 건축가의 말을 빌리면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 였습니다. 

 

세빛섬은 건축 기술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의 유구한 조선(造船) 기술이 거둔 쾌거라고 할 수 있어요. 해외 어느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량이 거대한 한강은 도시 발전의 축복이자 장애물이었어요. 온대지방 특성상 수위 변화가 심해 예로부터 왕들이 치수 문제를 고심했을 정도로 길들이기 어려운 강이었죠. 세빛섬의 탄생에는 엔지니어분들의 노고가 큽니다. 건물은 안팎을 다 사용해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데, 완공 후 3년 만에 효성을 통해 새 이름을 얻고 시민들에게 내외부 공간을 돌려줄 수 있게 돼 기뻐요.

 

 

세빛섬

 


세빛섬의 설계를 담당한 김태만 건축가의 말대로 한강의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심 차는 약 15m. 평소 한강 수심은 4~6m지만 200년 전 한강이 범람했을 때 20m까지 물이 차오른 것을 지표로 삼아 세빛섬은 최고 20m 안팎까지 떠오르도록 설계됐습니다. 

 

세빛섬

 

 

 

 

“물 위에 구조물을 띄우는 데는 낮은 기술과 높은 기술이 있어요. 보통은 강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판을 대고 건물을 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높은 기술은 수상 구조물이 실제로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Floating) 형태예요. 세빛섬이 대표적인 예죠. 강철선이 수평을 맞춰 팽팽하게 잡아당겨 물 위에 떠 있는 건물을 고정시키고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어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첨단 공법입니다. 수위 변화의 폭이 큰 한강의 특징 때문에 지금껏 수상 건축에서는 도전하지 못했던 건축의 한 축이에요. 특히 물 위에 떠 있는 건축물을 제어하는 기술적 요소들은 건축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겁니다.”

 

 

세빛섬

 

 

김태만 건축가는 “건축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것은 건축의 태생적인 운명”이라고 말하는데요. ‘획기적인 건축’ 안에는 늘 ‘건축 기술의 혁신’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활용 가능한 최신의 첨단 기술을 모두 수용한 세빛섬은 그 존재 자체가 최신 기술 저장소입니다. 

 

 

 

 

 

 

최근 효성이 운영을 맡으며 ‘세 개의 빛나는 섬’이라는 새 가치를 얻은 ‘세빛섬’은 총 연면적 9,995㎡(약 3,000평), 축구장 1.4배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한강 위를 유유자적하는 풍류를 느낄 수 있도록 섬을 세 개로 구분 지어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었죠. 컨벤션센터, 카페 등이 있는 ‘가빛섬’과 레스토랑이 자리한 ‘채빛섬’ 그리고 수상 레저시설이 들어올 ‘솔빛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고, 미디어아트갤러리 ‘예빛섬’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세빛섬

<세빛섬 사진공모전 금상 수상작 ⓒ임윤석  >

 

 

실로 세상의 모든 건축가들은 건물을 지을 때 주변 공간과의 대조냐, 조화냐를 고민합니다. 김태만 건축가는 한강이라는 자연 안에 숨은 자연 친화적인 형태보다 한강에 힘을 실어줄 아이콘이 되는 좀 더 직접적인 형태로 갈피를 잡았지요. 르네상스가 처음 시작된 도시 플로렌스의 어원에서 꽃을 가져와 꽃씨에서 꽃봉오리가 나오고, 만개하는 모양으로 설계했습니다. ‘한강에 문화와 예술의 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시에는 복합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분함도 있지만 옛것과 새것, 군집을 이루는 현대적인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로움도 아름답고요. ‘세빛섬이 한강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사람들의 의견은 건축가로서 가장 고마운 칭찬이었습니다.”

 

경력 20년 차의 김태만 건축가에게 ‘건축이란 과학과 예술의 접합’입니다. 오로지 건축가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와 이해, 쓸모를 충족시켜야 하죠. 김태만 건축가의 작품인 서울추모공원,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2012 여수엑스포 국제관도 같은 지점에 있습니다.  

 

 

세빛섬

 

 

“지금까지 우리에게 한강은 다리로 건너는 곳, 배를 타는 곳, 강남과 강북을 가르고 다만 멀리서 바라보는 끝 지점이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세빛섬을 통해 한강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강의 새로운 표정을 볼 수 있고 추억을 덧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술의 유일한 지배자는 ‘필요’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체온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공간의 역할임을 세빛섬은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세빛섬이라는 한강의 두 번째 기적을 기쁜 마음으로 만나보세요~

 

 

 글 김경민(자유기고가) 사진 한수정(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