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巨匠)이 남긴 공포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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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巨匠)이 남긴 공포영화들



효성 블로그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8월의 뜨거운 기운이 한창인 요즘,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여름철에 어울리는 서늘한 분위기의 공포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금처럼 IPTV나 블루레이/DVD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으레 ‘납량특집’이라는 테마로 TV 공중파채널에서 이러한 영화들을 매주 상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날과 같이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든지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인 것 같네요.

 


여름철에 어울리는 서늘한 분위기의 공포영화



먼저 오늘 소개할 작품들이 상당히 오랜 연식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각각의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38년, 48년이 되었으니 사람의 연령으로 생각하면 중장년층에 해당하겠네요.^^;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이러한 시대의 격차를 초월해 지금도 유효한 두려움을 선사합니다.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할로윈(Halloween)>, 그리고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가 감독한 <로즈마리의 아기(Rosemary’s baby)>입니다.



<할로윈 Halloween, 1978>

  


할로윈 포스터



10월 31일, 할로윈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날입니다. 다만 호박을 깎아 만든 잭-오-랜턴(Jack-o-Lanterns)이나 기이한 복장을 차려 입은 아이들의 “Trick or Treat” 장난은 영어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풍습이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요.


<할로윈>을 연출한 존 카펜터는 사실 상업적으로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있는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학시절부터 서부극 <브롱코 빌리의 부활 The Resurrection of Broncho Billy, 1970>로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는 비범함을 보였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그를 “유일하게 질투심이 나는 감독”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지요.


특히 그가 1978년에 내놓은 <할로윈>은 실로 여러 의미를 갖는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상업적으로 제작비 대비 130배의 수익(제작비 32만 5천달러 / 미국 수익 4,200만달러)을 거둬들였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사이코 Psycho, 1962>의 미장센을 효과적으로 계승한 슬래셔 영화의 효시(嚆矢)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작은 마을 해든필드(Haddonfield)에서 일어나는 할로윈의 악몽


 

사실 40년 가까이 된 이 영화의 존재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영화를 여는 배경음악은 매우 익숙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지요.


미국의 작은 마을 해든필드(Haddonfield)에서 일어나는 할로윈의 악몽이 서서히 펼쳐지며, 여러분은 그 동안 많은 공포영화에서 지루하게 반복된 ‘열린 결말’이,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로즈마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



로즈마리의 아기 포스터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역시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하의 홀로코스트(Holocaust)를 경험한 기억이 그의 많은 작품들 속에서 특유의 어두운 정서들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그의 1968년도 작품 <로즈마리의 아기>는 위에서 소개한 <할로윈>과는 또 다른 성격의 공포를 선사합니다. 


공포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무서운 얼굴의 악역도 등장하지 않으며,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처럼 보였던 사물,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이면의 모습이 결국 이 영화의 반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새 아파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뉴욕 맨해튼의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우드하우스 부부. 부인 로즈마리와 그의 남편 가이는 새 보금자리에서 2세를 계획하는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부부에게 유독 친절하면서도 수다스러운 노부부 이웃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국내에서는 이 영화의 제목이, 전체 이야기의 ‘반전’을 노출하는 형태로 번역이 되어 논란이 되었던 작품인데요. 사실 반전 자체가 주는 충격보다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의 수위를 높여가는 이야기 완급조절이 잘 이루어진 수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대학교 시절 처음 한 번, 그리고 최근에 또 한 번 보았는데요. 첫 번째 감상 때는 왠지 이야기의 진행도 느리고 반전 또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는 왜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더불어 사건이 진행되면서 점점 수척해지는 주인공 로즈마리(미아 패로우 분)의 캐릭터 변화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영화의 두 번째 이후 관람은 관객으로 하여금 매번 자신의 변화를 깨닫게 만든다. 그것이 고전의 기능이다.



지금도 제 기억에 깊이 각인된, 한 영화평론가가 남긴 문구가 있습니다. “좋은 영화의 두 번째 이후 관람은 관객으로 하여금 매번 자신의 변화를 깨닫게 만든다. 그것이 고전의 기능이다.”라는 문장인데요. 장르를 불문하고 그 영화가 해당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작품이라면, 적어도 한 번의 감상으로는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영화뿐만이 아닌 삶의 모든 경험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두 편의 공포영화를 소개하며 이만 물러갑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