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나아트센터 이정권 팀장이 들려주는 갤러리 쉽게 즐기는 법!
안녕하세요, 효성그룹 블로그 My Friend Hyosung에서는 5월을 맞이해서 직장인들의 문화 즐기기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가나아트센터 기획사업부 국내사업 파트 이정권 팀장을 만나 직장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법, 갤러리 쉽게 접근하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정권 팀장은 가나아트센터에서 국내 관련 전시와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미술의 전반적인 동향과 갤러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겠죠? 올 봄 미술 전시를 한번 보러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분들은 눈을 번쩍~ 귀를 쫑긋! 해주세요. ^^
미술 전시 관람, 결코 어렵지 않아요
Q. 최근에는 젊은 층이 예전보다 갤러리를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갤러리에 대한 접근은 매우 쉬워진 것 같은데 어떠세요?
A. 예전보다 많은 분이 갤러리를 찾아주고 계세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이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죠. 보통 미술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이게 맞는지 틀린 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미술은 정답이 없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이에요. 미술은 시각 예술이기 때문에 일단 눈으로 본 다음 스스로 판단을 하면 됩니다. 저건 색이 참 예쁘네, 저건 이런 식으로 표현하려고 한 거구나. 하고 말이죠.
오히려 미술에 관한 이론적인 공부들은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전시 관람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오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다니시다 보면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찾을 수가 있게 되고, 그때부터는 자신의 관점에 맞는 공부가 시작되는 거죠. 그에 따라서 안목도 점점 높아 지구요.
<가나아트 센터 1층 복도 전경>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사실 조용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공연처럼 함께 박수치고 대중도 같이 공감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개인적인 감성들을 누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시 관람은 사실 굉장히 개인적이거든요. 여러 가지 상상들을 할 수 있죠. 그래서 미술은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작품은 주어져 있고 그것에 대한 해석은 내 나름대로 할 수가 있는 거죠.
또 전시관람은 다른 여타의 취미나, 휴식보다 경제적입니다. 영화를 보거나 공연, 뮤지컬을 보려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 전시는 대부분의 갤러리가 무료관람을 지향하고 있고, 어떤 특별한 기획전 같은 경우 비용을 내야 하지만 그것도 다른 문화 예술 분야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처음은 가볍게, 그리고 관람을 다니시다 보면 ‘어떤 것’에 점점 빠져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은 너무나 다양하니까요.
<가나아트 센터 현관, 로고>
Q. 갤러리마다 특징 같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메이저 갤러리들은 사실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관성이 있겠죠. 가나 아트센터라고 하면 예전부터 민중작가들이 많이 활동했었고 기획이나 전시에서 한국적인 향이 많이 나는 그런 인식이 있습니다.
국제 갤러리 같은 경우는 외국 미술 작가들을 국내에 많이 소개하는 걸로 유명하죠.
그런 유연함에 있어서 소형 갤러리들이 많이 유리한 것 같습니다. 소형 갤러리의 경우는 훨씬 재미있는 기획, 전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많이 하구요.
전시와 동시에 공연을 한다든가, 파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죠. 하지만 메이저 갤러리들은 아직 완전히 오픈 되어 있지는 않고 그런 재미있는 기획들을 조금씩 늘려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메이저 갤러리, 소규모 갤러리 그 나름대로 맛과 멋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나아트센터 실내 공연>
Q. 그런 기획들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으신데, 가나아트센터 같은 경우 장르를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하는 게 있으신가요.
A. 저희도 사실 이번에 30주년을 맞이해서 분위기를 바꿔보자, 좀 더 재밌는 것들을 해보자 해서 국내사업팀이 그런 기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서브컬쳐들을 많이 소개 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5월 10일부터 하는 아메바 컬쳐와 함께 하는 전시도 그런 맥락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피규어전시는 처음 해봤는 데 반응도 좋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진행을 해보니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들의 스펙트럼이 많이 나뉘더라구요. 피규어아트를 어떤 개념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람하는 층들이 달라지니까요.
<아메바후드 피규어 작품>
그런데 사실 예술 전반에서 이런 경계들은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다들 즐거워했습니다. 아메바 컬쳐의 작품들도 그렇고, 개코씨도 정말 그림을 잘 그리구요. 수준이 정말 높더라구요. 이런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갤러리 차원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가나아트센터 야외 파티>
Q. 말씀하신 것처럼 미술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갤러리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A. 일단 먼저 말씀드릴 것은 마음의 장벽부터 낮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술 전시를 관람하러 갈건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래도 작가에 관해서 공부를 하고 좀 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떤 재미있는 거리라도 어려운 공부부터 시작하게 되면 흥미가 떨어지고 지겨워집니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것처럼 미술도 접근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음악도 듣다 보면 좋은 음악을알게 되고 자신의 취향에 대한 어떤 일관성도 생기죠. 그럼 좀 더 디테일하게 관심을 가지게 되구요. 이 부분은 참 매력적인데 어떤 악기 소리일까. 이 보컬은 노래를 참 맛깔나게 부르는 데 이 보컬이 피쳐링한 다른 노래는 없나. 하고 찾아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작품을 두루두루 구경한 다음에 마음에 드는 쪽에 조금씩 관심의 무게를 더 두는 거죠. 그리고 요즘에는 일부러 갤러리에 오지 않아도 카페나 눈이 닿는 많은 곳에 미술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공공 프로젝트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구요.
실제로 서울역 앞에 있는 서울스퀘어 같은 경우, 가나아트센터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미디어 파사드 작품으로 줄리언 오피의 ‘걷는 사람들’은 지금도 시간마다 나오고 있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저게 뭐지? 예쁘다.’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점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서 미디어 파사드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실제로 이 작업의 목적은 그곳을 항상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감성적인 환기를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된 것이었죠.
Q. 말씀하신 대로 요즘은 주위에서 많은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티셔츠 디자인에 미술 작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들어가기도 하구요. 팝아트 작가들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렇게 퍼져 나가는 것을 반긴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A. 아티스트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팝 아티스트의 경우, 실제로 자기 작품의 영역이 확대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저희 전속작가 중에도 그런 작가들이 있구요.
갤러리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자기 작품들이 컵에 프린팅 된다든가, 옷에 프린팅 된다든가 하는 것을 지향하는 편이죠. 그리고 그렇게 가지를 뻗친 자기 작품들을 아티스트가 컨트롤 하는 것이죠. 그게 작업의 방식이기도 하고, 그 작품의 세계관이기도 하구요.
Q. 이렇게 전시 관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작가와 작품을 찾았다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소유하고 싶어지는데요. 그림의 구매 라던지 그런 부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설치 작가 황선태가 작업한 가나아트센터 여자화장실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
A. 그림을 구매하는 것에 있어서는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는 게 좋겠네요.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미술 작품을 보면서 크기는 했지만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익숙했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죠. 저는 이런 저런 미술 작품들을 보며 색감에 집중을 했습니다. 거기에 매력을 느꼈구요. 저 색에 저걸 쓰니까 참 예쁘다. 이런 작품은 이런 색깔로 표현했구나.
그러던 중 김남표 작가의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어느 날 김남표 작가의 작품을 보는 데 오늘 볼 때랑 다음날 와서 볼 때랑 느낌이 매일 다른 거예요. 그 후 김남표 작가랑 친해지게 되면서 김남표 작가가 저에게 해준 얘기가 미술에 대해서, 작품에 대해서 더 빠져들고 싶으면 일단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정도는 소장해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 그림을 구매해서 집에 두었을 때, 이제까지 와는 다른 점들을 느낄 수 있을 거라구요.
그래서 용돈을 모아서 정명조 작가의 작품을 하나 구매를 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을 사서 소장을 하는 순간 느낌이 정말 달랐어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이랑 내가 산 작품이 되어서 방안에 걸려있는 거랑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그때부터는 정말 그림에 애정이 생기죠. 친구 같기도 하구요. 후에 김남표 작가의 작품도 구매했는데, 그때부터는 사실 공부를 시작하게 되죠. 미술을 보기 위한, 안목을 높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관심이 생겨서 너무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나아트센터 전경>
Q. 최근에는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걸로 재테크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미술 작품으로 재테크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야 되요. 그림을 취미가 아닌 재테크로 하시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하는 수 밖에 없죠. ^^
요즘 제일 핫한 작가가 누구냐, 경매 사이트를 보거나 메이저 갤러리들 전시를 다니기도 하구요. 제일 좋지 않은 건 누구에게 미술 작품을 추천 받아서 사는 거에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떤 A라는 작품이 너무 좋아서 구매를 할 때 그 작가의 미래를 보고 사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단순 가치로만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도 아닌 것 같구요. 나중에 많이 오를 테니까 창고에 고이 보관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아니죠.
좋아서 산 작품을 걸어두고 늘 보는 거에요. 그러면서 즐거울 수도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작품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위로 받을 수도 있구요. 그런데 누가 추천해줘서 산 작품들은 친구가 될 수 없어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좋은 친구들은 누구에게 추천을 받아서 만난 게 아니에요.
지금 100만 원에 산 작품이 십 년이 지나도 100만 원 이라고 했을 때 누군가가 추천해서 보지도 않고 산 작품이라면 그동안 오르지 않은 가격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좋지 않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자기의 마음에 들어서 산 작품이 그렇다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오히려 그 십 년 동안 좋아하는 작품과 나눈 교감은 억만 금을 주어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죠.
재테크로 작품을 구매한다고 하더라고 본인이 좋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처음 구매를 하신다면 발품을 파시는 게 좋아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마음에 들고 가치 있는 작품을 구매했을 때 정말 그 미술 작품에 애정이 생기니까요.
<가나아트센터 30주년 기념 전시>
Q. 이번에 진행되는 30주년 기념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이번 30주년 전시는 가나아트의 현재 전속 작가들의 전시도 있지만 지금까지 가나아트를 거쳐간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가 됩니다. 가나아트를 거쳐 간 작가들 중에는 세계적인 작가들도 여럿 있으니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다 보면 ‘아 이 작가도 가나아트를 거쳐 갔구나’하는 걸 아실 수 있어요. 또 5월 10일에는 아메바 컬쳐 소속 작가들이랑 다이나믹 듀오의 야외 공연도 있으니까 오시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외국의 경우 갤러리라고 하면 일상화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동네 마실 가듯, 구경을 할 수 있는 정도인데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그런 정도로 일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A. 제 생각에는 몇 년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주말만 되어도 불과 몇 년 전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이쪽 평창동이나 삼청동 쪽에 갤러리를 찾으시는 분들도 많이 늘고 있구요. 예전에는 그런 분들이 없으셨는데 최근에는 등산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편하게 오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연인끼리 가족분들끼리도 많이 오시구요. SNS 같은 부분도 활발해져서 전시에 대한 소식 같은 것도 빠르게 금방 알 수가 있죠. 무엇보다 미술에 대한 벽 자체가 많이 낮아진 느낌이에요.
재미있는 작가들도 많이 나오고 있구요. 예술 자체가 점점 대중들에게 문을 열고 있고 대중들은 그런 것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구요. 앞으로는 재미있는 기획, 전시들이 점점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은 조용하고 정감 있었습니다. 가나아트센터 이정권 팀장이 들려드린 갤러리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블로그 지기도 갤러리 하면 쉽게 찾아가기 좀 어려운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요. 이번 주말에는 재미있는 전시를 찾아 한번 다녀올 생각입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들 하죠.
주말에 영화관람, 나들이도 물론 좋겠지만 봄을 맞은 조용한 갤러리에서 하루를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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