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리더십을 묻다
야구계의 전설, ‘김성근’. 김성근이라는 세 글자를 발음하면 자연스레 ‘야신(野神)’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일흔이 넘은 노장에게 야구팬들은 야구의 신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데요. 그는 어떻게 야신이 됐으며 리더십의 교본으로 떠오른 것일까요? 오늘 블로그지기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인생을 되돌아 볼까 합니다.
40년 넘은 인생의 8할을 오직 야구만 생각한 남자
“인간의 완성을 향한 노력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듭니다. 또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성공하게 돼 있죠.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자신의 잠재 능력이 발휘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 김성근 감독
인생의 8할이 야구였던 재일교포 2세 김성근 감독. 그는 물로 배를 채우다 복막염에 걸려 죽을 뻔한 적이 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돈이 없어 야구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그는 우연히 한국으로 스카우트 되는 행운을 만났지만 재일교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로 일본에 돌아간 그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환경에 의해 발목을 잡히며, 프로 리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차선이던 사회인야구에 머물며 퇴근 후 밤새 야구 연습에 매진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이죠. 주위에서 ‘독종’이라고 수군거려도 개의치 않으며 오로지 야구에만 몰입했을 정도로 세상에서 오직 야구만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기고, 그 조건으론 안 된다고 말하는 지극히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그런 그의 노력과 생각은 김성근 감독을 팀 성적과 상관없이 일본사회인야구대회 교토 예선과 긴키대회에서 감투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습니다.
그게 연이 되어 김성근 감독은 다시 한국 실업팀에 스카우트됐고 스무 살 재일교포 2세 김성근은 1962년 제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당당히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벅찬 감동의 순간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승승장구하며 국내를 뜨겁게 달구던 좌완투수 김성근은 관광비자를 갱신하지 못해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되며 그의 선수 생활의 큰 시련이 또 한 번 닥쳤습니다.
그 순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야구를 포기하거나 일본 국적을 포기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일본 국적과 가족 대신 한국야구를 택했습니다.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일본에 남은 어머니와 형, 누나를 그리며 가슴을 치며 울었지만 그 후로는 오로지 야구만 생각했다는 김성근 감독. 지나친 혹사로 어깨 부상을 당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순간에도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김성근 감독이 펼치는 놀라운 리더십의 밑천이자 오랜 뒷배였을지도 모릅니다.
“스물여덟 살에 감독 생활을 시작해서 40년 넘게 한길만 걸어왔어요. 많은 역경 속에서도 나 김성근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 김성근 감독
리더라면 시행착오를 두려워 마라
쌍방울과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와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를 거쳐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취임한 건 2007년. 2006년 6위로 시즌을 마감한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을 맞이하며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첫 대면한 SK 선수들은 실력이 별로였어요. 특히 수비가 약했죠. 원바운드 송구뿐인 걸 목격하고 ‘뭐, 이런 야구가 있나’라고 생각했죠. 대안은 혹독한 훈련밖에 없었어요. 실전보다 더한 연습을 거치니 변화가 찾아오더군요. 저 또한 그라운드에서 함께 굴렀어요. 야구나 삶이나 비슷해요. 변하려면 변하겠다는 자세와 실제 행동이 수반돼야 해요.”
- 김성근 감독
김성근 감독은 패배 의식을 안이한 야구보다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프로 선수에게 “너 이따위로 하려면 야구 하지 마라”라는 질책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말을 던지는 선수에게 사사로운 감정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팀과 선수를 위한 조언이었고 정이 많은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칭찬을 아꼈을 뿐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를 강하게 만들려면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다 말해버리면 안 됐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련으로 키운 SK 와이번스는 2007년, 2008년 연속 2회 정규 시즌 페넌트 레이스 1위와 한국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8월 25일부터 9월 26일 정규 시즌을 마감할 때까지 19연승을 거두며 최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009년 한국 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며 시즌이 끝났고 김성근 감독에게 처음으로 야구가 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며칠을 지낸 후 그는 다시 몸을 추스르고 바둑을 복기하듯 한국 시리즈를 되짚어 봤습니다.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경기를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 ‘리더가 흔들리면 팀원도 흔들린다’는 전언을 되새김질하며 비전을 꾸리는 그의 앞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목표와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더는 아무나 버리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야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고 사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리기 부지기수였습니다. 선수와 팀을 위해 고단하고 외로운 길을 걸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비난이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SK 와이번스와의 결별 역시 그 맥락의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김성근 감독은 남을 탓하기보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언제나처럼 야구만을 생각했고 그 결과 고양 원더스의 지휘를 맡기로 결정한 것도 오로지 야구만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 과거를 끊어내길 조언하며 동시에 SK 와이번스를 승리로 이끈 자신의 과거 또한 잊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자신의 어떤 과거도 더 나은 미래로의 전진을 방해하는 모래주머니일 뿐이었습니다. 그 후 두 번째로 그가 시작한 일은 선수들의 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48일 동안 아침 6시 반에 깨워서 산책시키고 아침밥 먹이고 저녁 6시까지 움직이고 또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1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선수들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은 고작 15분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트레이닝은 개개인의 근육은 물론 나름의 신념마저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로 선수도 아닌 아마추어에겐 있을 수 없는 강도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때문에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훈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리더는 어느 팀에 가든지 지금 현재 있는 것을 최대화하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고양 원더스는 올해 20승이란 불가능한 영역을 넘어섰어요. 프로 팀에 5명의 선수를 보낸 것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선수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계속 생각합니다.”
- 김성근 감독
언제나 김성근 감독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디에도 없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항상 더 어려운 길로 들어서는 걸 주저하지 않았던 선택이 본인의 성장 동력이었음을 믿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을 택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선수를 활용하는 것은 순전히 윗사람 능력입니다. SK 와이번스에 있을 때 선수가 모자라 쩔쩔 매는 일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어요. 그보다 현재의 부족한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99개의 공을 제대로 못 던져도 1개의 공을 잘 던졌을 때 나는 그 1개에서 가능성을 찾습니다.”
- 김성근 감독
세상 어디에도 버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김성근 감독. 누구나 가진 한 가지의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리더의 역할을 그만큼 잘 해내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효성 임직원이 말하는 김성근 감독은?
오로지 야구만 보고 살아온 김성근 감독, 효성인들은 김성근 감독의 인생과 그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는 현재 팀에서는 파트장을 맡고 있으며 주말에는 3년 차 사회인야구팀 선수 겸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중간 관리자로서, 또 사회인야구 팀원으로서 김성근 감독님의 리더십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혜안을 얻은 듯합니다.”
- 홍성호 기전PU 글로벌영업 과장
“살다 보니 내 뜻과 다르게 세상이 나를 평가할 때도 있고, 꿈을 좇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김성근 감독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다시 용기를 내려고 합니다. 일구이무(一球二無)를 비롯한 삶의 철학,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 정세진 기전PU 플랜트해양영업팀 대리
“평소 존경하던 감독님의 강연을 통해 팀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또 혁신과 책임의 자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이 두 가지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겨 늘 도전하는 효성인이 되겠습니다.”
- 박준영 전력PU 글로벌영업1팀
리더십이란 혼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블로그지기는 오늘 야신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배웠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리더십이란 어떤 건가요?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순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해 김성근 감독의 인생 속에서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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