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가 대체 뭐길래?

Story/효성

 

2020년 4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클럽하우스는 2021년 1월 기준 사용자가 200만 명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기준 사용자는 6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기존 사용자가 초대해야 가입할 수 있는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어떻게 인싸앱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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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오디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는 무엇일까?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입니다. VR과 AR이 대세인 5G 시대에 음성 기반이라니, 1960년대가 전성기였던 라디오 시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해보니 분명 차이가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느낌은 알겠는데 정확히 그 차이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음성 또는 오디오 기반의 플랫폼은 그전에도 여럿 있었어요. 클럽하우스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인기인 것도 있죠. 예를 들면, 오디오클립, 오디오북, 스푼, 팟캐스트, 특히 팟캐스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잘 다듬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죠. 최근 한국에서 런칭한 스포티파이도 이 팟캐스트 덕분에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존의 음성 기반 플랫폼과 클럽하우스의 큰 차이는,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되거나 편집된 모습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자, 그럼 차이를 확연히 잘 알 수 있게 클럽하우스를 다시 정의해볼까요? 클럽하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 또는 서비스입니다. 간단하게 ‘대화’의 플랫폼 또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불확실성은 흡사 우리의 대화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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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는 익숙한 것들에 새로운 규칙을 부여한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입자의 초대가 필요합니다. 지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을 수도 있고, 일단 앱을 깔고 가입한 후 초대를 기다리면 됩니다. 짧게는 5분 길게는 반나절이면, 누군가로부터 초대를 받을 수 있고, 관심 분야, 프로필 사진과 이름, 소개글(BIO), SNS 계정을 업데이트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화방에 들어가서 리스너로 대화를 경청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모더레이터(Moderator, 방장) 또는 스피커(Speaker)로 호란,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유병재,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등의 셀럽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를 듣는 것뿐이지만 말이죠.

 

그런데 사용해보면 너무 간단해서 숨어 있는 기능이 더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너무 익숙한데 새롭습니다. 왜냐하면 익숙한 것들을 모아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이는 클럽하우스의 공동창업자 폴 데이비슨(Paul Davison)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화와 연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촬영하는 공간이나 자신을 꾸며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요. 이는 ‘좋아요’나 ‘팔로우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꾸밀 필요도, ‘좋아요’나 ‘팔로우 수’를 늘릴 필요도 없습니다.

 

음성 기반이기에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들으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도, 말하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듣는 일은 의외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다른 일을 하며 귀만 열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평일 낮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게다가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면 운전을 하면서, 침대에 누워서, 빨래를 개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찝찝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른 소셜미디어는 스크롤을 올려가며 피드의 콘텐츠를 확인합니다. 영상을 보거나 가십거리 기사를 보게 되죠. 한창 들여다보고 있자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거나 참여하고 나면 소통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듯 영상 편집, 브랜딩, 홍보 등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관심 있는 토픽으로 대화방을 만들고,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들과 대화하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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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는 계속해서 흥행에 성공할까?

 

Elon Musk on Clubhouse Interview

 

초기 클럽하우스가 대중의 이목을 끈 이유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처럼 각 분야 전문가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국내서도 대기업 CEO, 디자이너, 게임개발자 등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강의' 형태의 방이 다수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예능, 취미, 음악, 문학 등 특색 있는 콘텐츠를 다루는 방도 생겨나고 있어요. 성대모사 장인들이 모여 ‘성대모사 경연대회’를 펼치기도 하고, 유명 뮤지션의 음악을 무한 반복하거나 토론하는 방도 있죠. 심지어 소개팅방, 끝말잇기 하는 방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해도 정보는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말입니다. 강연에는 스피커와 리스너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고, 사적 모임에서도 좀 더 영향력이 많은 사람이나 말을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나 유머에 귀를 기울입니다. 실제 클럽하우스 내에는 계급이 존재합니다.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 스피커가 팔로우하고 있는 리스너(followed by the speakers), 그리고 그 외 리스너(others in the room).

 

클럽하우스가 초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성공해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셀럽들의 참여 외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높이려면 대화가 허접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어지면 사용자들은 기존 소셜미디어로 돌아가거나 더 영양가 있는 플랫폼으로 옮겨 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럽하우스는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는 다르게 모더레이터(방장)의 역할이 굉장히 높습니다. 말은 글과 다르게, 쉽지만 꾸미지 못합니다. 쉽게 속이 드러납니다. 더 영향력 있는 모더레이터의 영입과 발굴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인플루언서의 팟캐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와 경쟁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소셜미디어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인연을 맺지 못한 유명인사들과의 대화가 짜릿한 것도 분명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내 관심사를 충족시켜 줄 방을 찾게 되기에 당분간은 계속 듣게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운영해야 하는 미디어(일)가 하나 늘었다는 것, 여러 매체에서 필요한 정보를 영끌해야 하는 일반 유저(취준생, 사회초년생 등)에게는 들어야 하는 미디어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외에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