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C] 우리의 삶도 ‘샌드박스’ 같을지니! 드라마 <스타트업> 속 전문용어 다시 보기

Story/효성


최근 종영한 16부작 드라마 <스타트업>은 젊은 창업인들의 도전과 열정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의 다양한 상황을 현장감 있게 묘사해 주목을 받았죠. 의학 드라마에 의료 용어들이 등장하듯, 이 작품에서도 각종 스타트업 관련 용어들이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예비 창업인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도 이런 용어들을 알아둔다면 비즈니스 상식 수준이 한 뼘쯤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스타트업> 속 전문용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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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차이는?


창업 초기 기업들은 대체로 ‘스타트업’이라 불립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열풍이 불며 생겨난 말입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 이전의 신생 기업을 기리키죠. 자금력이 영세한 창업 7년 미만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 분류됩니다.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을 용어가 ‘유니콘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기업 가치 1조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해요. 아시다시피 유니콘은 신화 속 동물이죠. 그만큼 유니콘 기업들은 매우 드뭅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서비스 우버(Uber), 숙박 공유 플랫폼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들이죠.


스타트업과 비슷한 용어가 있죠. 바로 ‘벤처기업’입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구분하는 가장 구체적 기준은 ‘투자 유치’예요. 우리나라 법제처는 벤처기업을 “다른 기업에 비해 기술성이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중소기업(출처)이라 정의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인정하는 중소기업’입니다. 즉, 벤처기업으로서 공식 인정(인증)을 받아야, 벤처기업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대표적인 국가 인증 시스템은 기술보증기금의 ‘벤처기업확인 제도’입니다.


기술보증기금 ‘벤처기업확인 제도’


<스타트업> 속 벤처기업 ‘삼산텍’을 이끈 두 캐릭터, 서달미와 남도산
출처: 드라마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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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남주혁의 삼산텍이 ‘해커톤’ 관문을 통과했다, 라는 건 무슨 의미?


주인공 서달미(배수지 분)와 남도산(남주혁 분)은 ‘삼산텍’이라는 스타트업 소속이죠. 극중 삼산텍은 ‘해커톤(Hackerthon) 대회’에 참가하는데요. 여러 경쟁사들을 꺾으며 창업지원센터인 ‘샌드박스’ 입주에 성공합니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해커톤 행사가 열립니다. 해커톤이란 ‘hack’과 ‘marathon’의 합성어예요. 마라토너들이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듯,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의 기술자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쉼 없이 아이데이션을 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경진 대회가 바로 해커톤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해커톤 통과 여부로 창업지원센터 입주가 결정됐는데요. 실제로는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통해 입주사 선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요.(참고 기사: 「고졸 CEO 서달미, 실제로 가능할까?•••업계에서 보는 드라마 ‘스타트업’」, 경향신문, 2020. 11. 11.)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궁금해집니다. 왜 삼산텍은 그 어려운 해커톤 대회에 참여하면서까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려 한 걸까요? 현실의 예를 살펴보죠.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인들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데요. 그중 ‘시설•공간•보육’이라는 부문이 바로 창업지원센터와 관련한 것입니다. 시세보다 저렴한 사무 공간 임대료, 투자자 및 산학연 네트워킹 중개, 성장세에 따른 혜택(임대료 인하 등), 멘토링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죠. 삼산텍이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려 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시설•공간•보육’ 사업 상세히 보기  K-Startup
출처: 해당 사이트 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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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인큐베이터’ / ‘액셀러레이터’ / ‘VC’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죠.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멘토, 귀인(?), 뜻 맞는 지인들과의 사회적 교류를 통해 자리를 잡아 나갑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예요. 창업 1~2년차 신생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걸 ‘인큐베이팅’이라 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기관을 ‘인큐베이터’라 부릅니다. 얼마간 성장한 스타트업을 더 잘되게끔 돕는 과정‘액셀러레이팅’이에요. 말 그대로 ‘가속’을 시켜주는 거죠. 액셀러레이팅 전문 기관이 바로 '액셀러레이터'이고요.


<스타트업>에는 이른바 ‘데모데이’라는 상황이 등장합니다. 삼산텍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투자자들 앞에서 각자의 사업을 설명하는 행사예요. 즉, 데모데이는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 설명회입니다. 데모데이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대개 액셀러레이팅을 거친 스타트업들이에요. 바꿔 말하면, 액셀러레이터가 ‘이만 하면 준비가 됐군!’ 하고 판단한 스타트업들을 데모데이에 참가시키는 거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소속 연습생들을 쇼케이스 무대에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드라마 <스타트업> 11회에 묘사된 데모데이
출처: tvN DRAMA 유튜브


삼산텍은 데모데이에서 ‘VC’라 불리는 전문가 집단에게 매서운 사업 질문을 받습니다. VC란 ‘Venture Capital’의 약자로, 스타트업에게 무담보 주식 투자를 해주는 기업을 가리켜요. 드라마 속 ‘VC’들은 바로 투자사 관계자들이었던 거죠. 그래서 삼산텍 직원들이 그토록 긴장했던 겁니다. 자칫 시원찮은 답변을 내놓았다가는 투자 유치가 물거품될 수 있으니까요.


중소벤처기업부는 인큐베이팅을 ‘보육’으로, 액셀러레이팅을 ‘창업기획’이라 표현합니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취지일 텐데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인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는 총 288개사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목록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획자’ 등록 현황 → K-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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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라는 작명 센스!


앞서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샌드박스’는 <스타트업>에 등장하는 가상의 창업지원센터입니다. 이 작명에는 특별한 의미가 들어 있어요. 드라마 작가의 의도가 담긴 네이밍 아닐까 싶습니다.


샌드박스(sandbox)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를 가리킵니다. 비즈니스 용어로도 쓰이는데, 이때의 뜻도 비슷합니다. 기업들이 혁신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제도적으로 완화해주는 개념을 의미하거든요.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아이디어와 신사업을 내놓으며 혁신하라는, <스타트업> 속 스타트업들이 제약 없이 꿈을 펼쳐보라는 것이죠.


 ‘규제 샌드박스’ 설명 영상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유튜브


샌드박스는 실제 제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2018년 3월 국회에 발의되어 순차적으로 통과된 ‘규제혁신 5법’은 ‘규제 샌드박스 5법’으로도 불려요.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법, 지역특구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5개 법의 개정안을 총칭한 이름인데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 관련법들의 일부 내용을 손질한 것입니다. 신기술 및 신산업 분야의 기업 활동이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규제 샌드박스’ 자세히 알아보기 → 효성그룹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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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직원들이 드라마 주인공 되는 시대


‘먹고살려면 취업을 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한때 많은 학생들의 뇌리에 진리처럼 새겨져 있었지요. 그러나 시절은 변화했고, 어느덧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창업도 그런 영역들 중 하나일 거예요. 바야흐로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들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죠. <스타트업> 속 샌드박스처럼, 다가오는 새해엔 우리 삶을 마음껏 인큐베이팅 하고 액셀러레이팅 하며 혁신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