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세계일주] 독일은 물보다 맥주가 더 싸다?

Story/효성


효성의 국적은 다양합니다. 효성은 국경 없이 일합니다. 효성의 고객은 세계입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글로벌 직원이 2만 명이 넘는 효성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이죠. 그래서 효성은 세계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2020년 새로운 콘텐츠 시리즈 ‘효성과 세계일주’에서는 효성의 사업장이 있는 나라의 문화와 트렌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첫 번째 여행은 바로 세계 최대 스포츠&아웃도어 박람회 ‘ISPO Munich 2020’이 열리는 독일입니다. 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ISPO에 효성티앤씨도 참여하였는데요. 효성티앤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무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독일은 다양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니만큼 스포츠와 아웃도어 의류 시장도 크게 발달해있습니다. 따라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가 독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또한 자동차의 나라이기도 한 독일에는 효성이 2011년에 인수한 세계 1위의 에어백 원단 제조업체 GST(Global Safety Textiles)도 있습니다.


스포츠와 아웃도어, 자동차 말고도 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참 많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철학자를 수없이 배출한 음악의 나라, 철학의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물보다 맥주가 더 쌀 정도로 맥주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뛰고 달리고, 때론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사색하며, 삶을 즐길 줄 아는 나라 독일을 맥주 한잔으로 함께 여행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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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시느니 차라리 맥주를 마시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1캔에 1천원 정도 하는 저렴한 맥주가 있다.


독일에서는 생수보다 맥주가 더 싸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정말일까요? 제품과 구매처마다 가격이 다르겠지만, 보통 마트에서는 생수보다 맥주가 더 비싸고, 레스토랑에서는 맥주가 더 싼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저렴한 맥주는 마트에서도 생수보다 더 싸다고 하네요.


모든 맥주가 생수보다 싸진 않지만, 그래도 생수만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게 된 이유는 독일 지역이 석회암 지반으로 인해 대부분 석회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맥주의 발효 과정에서 탄산이 발생하는데, 이 탄산이 석회 성분을 만나면 탄산칼슘이 되고, 탄산칼슘은 물에 잘 녹지 않아 가라앉게 됩니다. 그래서 석회수를 그냥 마시지 않고 주로 맥주로 만들어 마시면서 맥주 문화가 발전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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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든도 칭따오도 독일에선 맥주가 아니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국 맥주를 마십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의 맥주를 잘 모르죠. 이는 독일에 크고 작은 양조장에서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순수’한 맥주만을 맥주로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516년, 바이에른(현재 뮌헨이 주도인 바이에른주) 공국의 공작 빌헬름 4세는 맥주를 만들 때는 물, 보리, 그리고 홉을 제외한 그 어떠한 것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공포합니다. 이는 가짜 맥주를 금지하고, 맥주의 품질과 재료, 가격을 표준화시키기 위해서였죠. 또한, 밀 맥주를 금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는데, 이는 식량 확보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귀족들이 즐겨 마시는 밀 맥주를 독점함으로써 궁정 양조장 및 수도원 양조장에서만 밀 맥주를 판매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725년에 설립된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양조장을 시작으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북에 등재된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을 대표하는 헤페 바이스비어(Hefe Weissbier)가 밀 맥주인 것이죠.

 

바이엔슈테판의 헤페 바이스비어 | 출처: 바이엔슈테판

처음에 느껴지는 특유의 바나나 향과 은은한 단맛,
적당한 바디감과 산뜻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 독일 맥주 중 부동의 평점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밀 맥주 중 최고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렇게 독일의 맥주순수령은 계속해서 이어져오다가, 1993년 조금 더 유연해진 임시 독일맥주법(라거의 경우 물, 보리, 홉, 효모만 허용이 되지만, 에일의 경우에만 몇 가지 추가 재료 허용)이 제정되기도 했지만, 12년이 넘는 법정 공방으로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맥주 전쟁(Brandenburger Bierkrieg)’은 독일이 맥주에 관해서 얼마나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노이첼레 클로스터(Neuzeller Kloster-Bräu) 양조장에서 주조하는 흑맥주 슈바르처 압트(Schwarzer Abt)에는 설탕 시럽이 첨가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독일 정부가 상표에 맥주를 뜻하는 ‘bier’를 붙일 수 없게 하면서 소송을 냈고, 2005년 결국 양조장이 승소하게 되어 맥주로 인정을 받게 되죠.

 

노이첼레 클로스터의 슈바이처 압트 | 출처: 노이첼레 클로스터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흑맥주 특유의 훈연향이 잘 묻어나며,
설탕 시럽이 첨가되어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맥주에 대한 독일의 엄격함이 보호무역이라는 비판에 따라, 독일에서도 그들의 기준으로는 ‘순수하지 않은 맥주’들이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오렌지껍질과 고수의 씨가 향신료로 들어가는 벨기에의 유명한 밀 맥주 호가든(Hoegaarden)도, 맥주순수령에 따라 만들었지만 쌀을 첨가하는 중국의 맥주 칭따오(Tsingtao)도 독일의 기준에서는 ‘순수한 맥주’가 아니죠. 지금도 대다수의 양조장에서는 폐지된 맥주순수령에 따라 맥주를 만들고,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순수한 맥주’를 마십니다. 그들의 ‘순수한 맥주’ 사랑, 맥주에 대한 '순수한 사랑'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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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만나는 독일 맥주


이러한 역사 때문에 독일의 국보라고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맥주.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요?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많은 독일 맥주가 있기에, 맥주 한잔으로 독일로 떠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이엔슈테판을 가장 손꼽히는 맥주로는 파울리너, 외팅어, 크롬바허가 있습니다.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 | 출처: 파울라너


뮌헨에 위치한 파울라너(Paulaner)는 국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독일 맥주로 바이엔슈테판과 같이 밀 맥주인 헤페 바이스비어(Hefe Weissbier)가 대표 제품입니다. 쓴맛과 신맛이 없이 부드럽고, 담백하며 구수함을 갖춘 맛이 특징입니다.


외팅어 헤페 바이스비어 | 출처: 외팅어


외팅어(Oettinger)와 크롬바허(Krombacher)는 독일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는데요. 외팅어는 독일에 5개의 양조장을 가지고 있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외팅어 역시 밀 맥주인 헤페 바이스비어가 가장 인기인데요. 외팅어의 헤페바이스비어는 톡 쏘는 탄산이 특징으로 상쾌하고 깔끔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크롬바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Nordrhein-Westfalen) 주의 크롬바흐에 양조장이 위치해있고, 필스너(홉을 많이 첨가한 라거의 한 종류) 맥주인 크로바허 필스(Krombacher Pils)가 가장 유명합니다. 꽃 향기처럼 달달한 맥아와 홉의 풍미가 좋고, 끝 맛이 쌉싸름한 것이 특징입니다.

 

크롬바허 필스 | 출처: 크롬바허


이 밖에도 라거 맥주로 상큼한 첫 맛과 자극적인 쓴 맛이 특징인 벡스(Beck’s), 풍부한 거품과 탄산감이 특징인 에이딩어(Erdinger)의 바이스비어, 은은한 향에 가볍고 깔끔한 맛으로 기본에 충실한 라거 맥주인 뢰벤브로이(Löwenbräu)의 오리기날(Original) 등이 있습니다.


뢰벤브로이의 오리기날 | 출처: 뢰벤브로이


맥주로 여행해본 독일은 참 고집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맥주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니, 오랫동안 고품질의 맥주를 만들어낸 기술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더 맛있는 맥주가 세상에 나올 것 같습니다. 맥주 한잔에 담긴 독일의 역사와 문화. 오늘 저녁에는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독일로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