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나는 창덕궁, 효성이 후원하는 희정당•대조전 일원 전등 복원 사업

Story/효성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전하는 일, 효성그룹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효성은 비영리 문화단체 아름지기, 문화재청과 MOU를 체결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의 희정당(熙政堂) 및 대조전(大造殿) 전등 복원 사업을 후원하는데요. 현재 상당 부분 진행이 완료된 희정당과 대조전의 조명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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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소개된 희정당


보물 제815호인 희정당은 본래 침전(寢殿, 임금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순조 때부터 편전(便殿, 임금이 정무를 보는 곳)으로 쓰였고, 이를 계기로 창덕궁의 핵심 공간이 됐죠. 문화재청 산하인 창덕궁관리소 또한 희정당을 “침전에서 편전으로 바뀌어 사용된 곳”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었던 창덕궁 희정당


침전에서 편전으로의 격상 후, 희정당에는 신문물까지 들어오게 되는데요. 미술평론가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을 잠깐 펼쳐보겠습니다.


“위상이 높아지면서 앞쪽에 새로 신관까지 지어, 희정당은 창덕궁 어느 건물보다도 화려하다는 인상을 준다. 순종황제 때는 자동차가 신관문 앞까지 들어오도록 신관 정면에 캐노피 건물을 세웠다. 이로써 희정당은 자동차가 가벼운 곡선을 그리며 돌아나가는 신식 건물이 되었다.”

_<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 제1권> 147쪽


순종은 고종에 이은 대한제국의 제2대이자 마지막 황제죠. 아시다시피 대한제국은 광무개혁을 통해 서구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죠. 순종에게는 어차(御車), 즉 임금의 전용 차량도 있었는데요. 궁내를 우아하게 서행하는 어차(1918년식 캐딜락,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를 상상하니, 창덕궁 희정당의 역사적 가치가 생생히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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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전등 복원, 왜 중요할까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과 신문물이 조화를 이루었던 창덕궁. 그 안에서 가장 중요했던 공간 희정당. 이곳에 자동차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조명도 함께였죠.


효성이 후원하는 ‘창덕궁 전등 복원 사업’이란, 샹들리에 7기(희정당 6기, 대조전 1기) 및 희정당•대조전 일원 복도 조명을 다시 밝히는 일이에요. 등을 켜야 내부가 보이고, 내부를 살펴봐야 어디를 더 복원해야 할지 알 수 있죠. 그래서 궁내 조명 재점등은 ‘복원 작업의 첫 단추’에 해당합니다.


다시, 불을 밝힐 준비를 하는 창덕궁의 전등들


물론, 불을 밝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세척과 보존 처리, 전기 설계와 배선, 본모습을 최대한 재현한 조명 설계 등 정밀한 세공과 보수가 수반되죠. 한국 전통 매듭과 다회 장인, 전통 직물 연구소, 조명 전문 회사, 문화재 보존 업체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자문위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척 및 보존 처리(희정당•대조전 일원 전체 전등)

- 세척과 보존 처리를 진행하며 전등 현황 파악 

- 추후 보수 및 재현 대비

 

전기 설계 및 배선(희정당 본관, 신관)

- 기존의 사용 불가한 전선 철거 후 신규 전선 배선

 

조명 설계(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 대조전 샹들리에 1기)

- 샹들리에 구조 파악 후 도면 작성, 분야별 업무 분장 및 시공 일정 수립

 

소켓 제작, 전구 교체, 조명 배선(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 대조전 샹들리에 1기)

- 기존의 사용 불가한 소켓 분리 후 오늘날 전기안전법에 적합한 신규 소켓 개발

- 백열전구 색온도와 가장 비슷한 LED 전구로 교체 

- 샹들리에 내부 전선 배선 진행


전선 제작(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 대조전 샹들리에 1기)

- 기존의 사용 불가한 전선 철거 후 성분 분석을 통해 유물과 동일한 색, 실, 기법을 연구해 신규 전선과 영자(纓子, 어보나 어진에 다는 장식품) 제작 및 교체


보수 및 재현(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 대조전 샹들리에 1기)

- 일부 유실•이탈된 부속품(황동나사 등 철물 부속품) 교체

- 대조전 샹들리에의 경우, 황색 직물을 유물과 동일한 색, 실, 직조 방법을 연구해 제직 및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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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당•대조전의 아름다운 전등, 이렇게 복원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희정당 안에 남아 있는 전등은 약 70기예요. 이 가운데 일부는 1917년(순종 11년) 대화재 때 파손됐거나, 세월의 흐름으로 훼손된 상태입니다. 효성의 후원으로 차차 되살아나고 있는 희정당과 대조전의 전등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시죠.

 

희정당 샹들리에의 술 장식 자체는 전통 술이지만,
망과 술 사이의 일부를 서양의 테슬에서 사용하는 기법으로
장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본모습을 최대한 재현한 복원물입니다.


샹들리에 전구 소켓과 연결되는 장식품 ‘영자 끈목’을 복원하는 과정입니다.
내부에 전선이 들어가는 구조인데요. 오늘날 전기안전법을 준수해 복원했습니다.
위: 전선에 흰 다회띠(여러 올의 실을 꼬거나 짜서 만든 띠)를 감는 과정으로, ‘속다회’라 합니다.
아래: 속다회를 입힌 위에 홍색 다회띠를 덧엮는 과정으로, ‘겉다회’라 합니다.


전등을 매다는 ‘끈목’입니다. 내부에 전선이 들어가는데요.
위 사진은 노후된 유물의 모습, 아래 사진은 복원물입니다.


현재 전기안전법에 맞지 않아 재사용이 불가능한 기존 소켓(위)과 신규 소켓(아래).
소켓 커버는 유물과 크기 및 재질이 동일한 황동으로 제작됐고,
소켓만 기성품인 세라믹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복원된 조명으로 다시 밝힌 희정당의 고아한 모습


대조전의 샹들리에도 복원되었습니다.


복원 전, 유물(직물)에는 본래의 색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먼지가 쌓여 있었고, 항온•항습이 되지 않은 환경에서
오랜 기간 방치되어 훼손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성분 분석을 통해 원단은 인견과 합성섬유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하였고,
실의 굵기, 밀도와 동일한 원사를 사용하여 여러 차례 시직을 통해
박쥐 문양까지 유물과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녹색 끈은 유물을 재사용)


대조전 샹들리에의 전선도 다회로 제작하였는데요.
제작 과정은 희정당 샹들리에 전선 다회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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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밝히다


효성이 후원하는 ‘창덕궁 희정당•대조전 전등 복원 사업’은 1•2차로 나뉘어 추진됩니다. 희정당 접견실 샹들리에 6기와 대조전 샹들리에 1기 복원이 1차 사업, 이후 내부 관람 동선 위주로 희정당 내부의 전체 조명을 복원하는 것이 2차 사업이죠.


잘 보려면 밝아야겠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고궁의 조명들이 다시 빛을 발할 때, 궁내 곳곳은 다시 환한 미(美)를 되찾을 것입니다. 그로써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아보는 우리의 눈도 훤해질 거고요. ‘빛’나는 창덕궁으로 오시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