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이토록 질긴 인연, 담배

Story/효성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고민들이여


세상의 모든 사소한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 이번 달에는 담배 그리고 니코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왜 마음이 편안해질까? 담배를 끊기는 왜 어려운 걸까?’에 대한 질문을 화학적으로 풀어보도록 합시다.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건 ‘팩트’죠. 왜냐하면 니코틴은 화학 물질, 즉 일종의 알칼로이드 분자이기 때문입니다. 알칼로이드 분자는 모르핀, 카페인, 니코틴 등과 같이 중추신경에 영향을 주는데요. 그렇다면 중추신경계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느끼고, 운동하고, 생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능을 조절하는 관제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니코틴 분자는 흡수되면 신경 세포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징검다리를 놓는데 이것은 일종의 흉내내기입니다. 진짜 신경 전달 물질은 아니지만 그런 척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신경 전달 물질이 많아져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호 전달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흥분 상태가 되는데요. 하지만 그건 잠시, 담배를 피고 또 피다 보면 이제 그 다리가 제 역할을 못하기 시작합니다. 가짜 다리이기 때문이죠. 다리가 끊어지고 다리 중간중간 일종의 병목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결국 우리는 자극을 조금 또는 느리게 받으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의 갈굼에, 분노에, 짜증에 둔감해지는 것이죠. 그런 신호들이 무디게 느껴지니 스트레스 지수도 당연히 내려가게 됩니다. 담배를 피울수록 마음은 진정된다.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심장 박동도 천천히 뛰기 시작하며 신체와 뇌에 전달되는 산소의 공급도 느려집니다.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 기분 뭔가요?


그렇다면 왜 담배를 끊기가 어려운 걸까요. 니코틴이 흡수되면 수초 만에 온몸에 퍼져 일종의 안락감이 몰려옵니다. 그렇지만 그 효과는 20~40분 후에는 사라지죠. 니코틴에 의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 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게 다시 떨어지니 담배를 피기 전보다 불안, 초조, 우울, 예민, 짜증 등의 감정을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게 바로 금단 증상이죠.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10명 중 9명은 ‘니코틴의 노예’가 된다고 하는데요. 장시간 많은 양의 니코틴에 노출될수록 뇌 속 니코틴 수용체의 숫자는 점점 늘어납니다. 그래서 소위 ‘꼴초’들은 체내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을 더더욱 쉽게 겪습니다. 이런 ‘니코틴 내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건 물론이죠. 습관화되고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담배를 끊기도 점점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토록 금연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인가. 사실 흡연가가 담배에서 벗어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1634년 러시아에서는 국가가 대중의 흡연을 금지하고자 흡연을 하면 입술을 찢고, 매질을 하고, 심지어 거세시키고, 나라에서 추방을 했는데도 뿌리 뽑지 못했다고 합니다. 실제 본인의 의지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다만 니코틴 대체재나 약제 처방 등을 통해 니코틴으로부터의 탈출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하니 금연의 한계에 부딪혔다면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글 | 권오상(효성화학 커뮤니케이션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