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행복한 기억 스민 달콤한 열정 케이크

Story/효성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주목받은 글래머러스 펭귄 대표 유민주 파티시에. 그녀에게 ‘디저트’는 지치고 힘들 때 힐링과 행복을 주는 음식입니다. 그저 동네 ‘디저트 언니’로 불리고 싶은 그녀의 달콤한 열정을 맛보는 시간.




 꿈 없는 소녀의 도전에서 시작된 한남동 사랑방


유민주 파티시에는 한마디로 ‘교포 가족의 착한 딸’이었습니다. 이것저것 곧잘 했지만, 딱히 특출한 건 없었고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랐으며 꿈도 없었어요. 무난한 삶이었고 그렇게 원하는 학교, 학과에 입학했고,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3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유학길에 올랐어요. 부모와 사회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해야지 결심하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그 순간 본인의 인생 지도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프랑스어가 늘지 않아서 고민하다 베이킹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가르쳐주셨는데 마당이 있고 예쁜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남녀노소 구별 없이 앉아 정말 재미있게 배웠어요. 그걸 보며 나중에 어떤 일을 할 때 세대차이 없이 모두와 친구가 될 수도, 사랑을 나눌 수도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죠.”


다양한 단기 수업을 듣다 요리 학교 르 코르동 블루 프랑스 파리 캠퍼스에 입학했고,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안정보다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그저 동네 사랑방 정도만 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한남동 어느 작은 세탁소 자리를 계약했죠.


“그땐 일본식의 작고 가벼운 디저트가 유행했죠. 당근케이크, 초코브라우니 같은 미국식 유러피언 홈 베이킹이 없었어요. 제가 그런 걸 먹고 자랐고 분명 다른 걸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정확한 콘셉트에 확고한 믿음도 있었고요. 오랜 타지 생활의 외로움, 그리움을 잘 아는 것도 한몫했죠. 그렇게 ‘글래머러스 펭귄’이 시작됐어요.”


첫날 매출 3만 8,000원. 주변 음식이 다 짠데 누가 무거운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느냐, 한국 사람들 배는 그렇지 않다, 샌드위치 팔아라, 빙수 팔아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조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국처럼 손님이 시시콜콜 일상을 이야기하는 친구 같은 카페로 존재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머지않아 그녀의 믿음은 현실이 됐다고 해요. 외국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파워 블로그로 이어지고 맛있는 디저트 가게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꿈과 용기를 나누는 선한 영향력


브랜드 하나 예쁘게 만들어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시작한 것이 6년이 흘러 글래머러스 펭귄이 되었습니다. 뭇사람들은 “이 정도면 10호점쯤 내야 한다”, “왜 욕심을 내지 않느냐”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다만 사라지지 않는 곳, 언제나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길 바랄 뿐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해요. 또한 어마어마한 시설, 인프라, 자본력, 시장 점유율을 가진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해서 망하지 않는 전략을 작은 카페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어요.


“2호점 내는 것보다 작은 카페들이 납품을 요청하니까 그 정도 사이즈로 뭔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래머러스 펭귄 파티시에들과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었죠. 3년째 돼서 자리가 잡혔을 때 어린이를 위한 키즈 베이킹 ‘유머러스 캥거루’를 만들었고요. 기억을 넘어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엄마, 나 다섯 살 때 소피아 선생님네 가서 브라우니 만들었던 것 기억해?’ 같은.”





대기업에 밀리지 않으려면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고, 브랜드는 계속 진화합니다. 그래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프로그램 출연하게 되었고, 도전이었습니다. 전파를 타자 자영업 운영인들의 응원과 지지가 쏟아졌어요. 자신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는 말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그들에 대한 고마움은 그녀에게 새로운 목표를 쥐어준 셈이죠. 작은 가게 사장님부터 파티시에를 꿈꾸는 아이들의 멘토가 되겠다는 소망. 선한 영향력을 꿈꾸게 됐답니다.


“2016년에 만든 ‘공공빌라’는 일종의 포트럭(Potluck)으로 본인 매장을 열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이에요. 셰프 인 레지던시(Chef-in-residency)로 시작했으나 사진작가, 셰프 등 모두 입주할 수 있어요.”


6년 동안 쉬는 날 없이 하루 10시간을 일했기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노동이었지만 후배 세대에게 뭔가 나눠주기 위해 멈추지 않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잊히지 않는 글래머러스 펭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 브랜드를 만들려는 이들의 뒷심이면 좋겠습니다.


“손님 중에 임신했을 때 저희 케이크를 먹고 그 후 태어난 아이와 유머러스 캥거루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어머니들이 있어요. 그분들 만나면 눈물을 펑펑 쏟아요, 행복해서요. ‘제 첫 소개팅 장소가 글래머러스 펭귄이었는데 그 사람과 결혼했어요’라고 얘기할 때도 그렇고요. 행복한 추억을 같이한다는 게 정말 좋아요. 글래머러스 펭귄과 유머러스 캥거루, 공공빌라까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유민주 파티시에의 더 달콤한 밸런타인데이 팁


초콜릿 세계는 넓어요. 더 맛있는 걸 만들고 싶다면 좋은 초콜릿을 써야죠. 원산지가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산이면 뭘 만들어도 맛있습니다. 코팅 초콜릿을 쓰면 그만 못한 맛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초콜릿 몰딩보다 원산지 좋은 초콜릿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간단한 파베 쇼콜라(가나슈를 이용해 만드는 일종의 초콜릿 케이크로, 부드럽고 깊은 맛이 특징) 레시피라면 세상에 하나뿐인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답니다.




글 | 우승연

사진 | 한수정(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