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영화 속 과학이야기(1)] 최첨단 본드카의 자동재생 타이어의 비밀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술집에 가면 언제나 이 대사와 함께 ‘젓지 않고 흔든 마티니’를 마시는 남자. 임무를 맡을 때마다 적의 연인을 유혹해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는 남자. 꼭 한번은 적들에게 생포되지만, 결국 악당을 물리치는 남자. 이 남자의 이름은 007, 제임스 본드입니다. 1962년 ‘닥터 노(Dr. No)’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007 시리즈는 총 21편까지 개봉되어 전세계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사람들이 007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각종 최첨단 장비가 장착된 세련된 디자인의 본드카입니다. 본드카는 모든 007 시리즈에 등장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동차 추격씬을 만들어왔는데요, 007시리즈 18편인 ‘007 네버다이’의 지하주차장의 자동차 추격씬 역시 본드카의 매력을 한껏 살린 명장면으로 손꼽히죠!






첨단 통신망과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여 세계를 지배하려는 앨리엇 카버의 음모를 밝혀내던 중, 그의 부하들에게 쫓기게 되는 007! 가까스로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에 도달하게 됩니다. 제 대 로 탑승할 여유조차 없었던 007은 뒷좌석에 앉아 무선 조종기를 이용하여 적들의 총격을 피하며 지하주차장을 탈출하려 하는데요, 적들의 총격에 주춤하던 007은 곧 본드카에 내장되어있는 로켓포로 추격하는 차량 한 대를 날려버리고, 날카로운 스파이크 더미를 떨어뜨려 뒤따라오는 차량의 타이어를 터뜨려 버립니다. 그러나 적들의 추격을 피하던 중 그만 자기가 뿌려놓은 스파이크 더미 위를 지나가게 되는데......

역시나 본드카의 타이어도 속절없이 터져버립니다. 바퀴가 터져버렸으니, 이제 차는 제대로 달리지 못할 테고, 007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 상황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 본드카의 타이어는 언제 터지기나 했었냐는 듯 빵빵하게 다시 부풀어오릅니다. 그리고 007은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멋진 장면이고, 놀라운 장면이죠! 그런데 이런 타이어가 장착된 자동차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이런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펑크가 난 부분을 순식간에 메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다소 복잡한 타이어의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할까요^^?

영화 속에서, 본드카의 타이어는 펑크가 난 뒤 불과 수 초 만에 완전히 복구됩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난 과정들은 다음과 같이 만만찮습니다. 우선, 타이 어 내부 (혹은 외부)에 장 착된 센 서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타이어의 어느 부분에 구멍이 생겼는지를 순식간에 판별해내야 합니다. 다음으로 손상부위에 초고속으로 굳는 수지를 정확하게 입혀야 합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런 엄청난 작업을 불과 수 초 내에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겠죠? 그리고 설령 이 작업을 해낸다고 해도, 자동차가 펑크가 나기 전처럼 무리 없이 주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복잡한 타이어의 구조 때문입니다.

타이어의 겉만 보면, 100% 합성고무로 만든 튜브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타이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복잡한 구조를 들여다 보기로 하죠!





타이어의 최외각의 고무층은 ‘트레드’(Tread)라고 부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유일한 부분이며, 마모에 강한 고무 배합물로 만드는데요, 트레드 바로 안쪽에는 캡 플라이(Cap ply)라는 보강재 층이 있습니다. 캡 플라이는 회전의 의한 타이어의 크기 팽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고강도 나일론을 소재로 한 코드가 일정한 각도로 감겨져 있습니다.

캡 플라이의 안쪽으로는 스틸 코드가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어 있는 벨트층이 있는데, 이 벨트층은 타이어의 강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안쪽에는 타이어의 척추인 카카스(Carcass)층이 있습니다. 카카스층은 타이어의 내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나일론, 폴리에스 터, 레이온 등의 인조섬유를 소 재 로 한 코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가장 안쪽에는 고무로 이루어진 이너라이너(Innerliner) 층이 타이어 내부의 공기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캡 플라이, 벨트, 카카스를 구성하는 보강재들을 ‘타이어코드’라고 부릅니다.이 타이어코드가 없다면, 자동차는 온전히 달릴 수 없습니다. 타이어코드가 없는 타이어는 직진할 때 발생하는 회전에 의한 압력과 열에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차량을 흔들리게 할 것이며, 코너링 시엔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져 운전자를 위태롭게 할 지도 모릅니다. 한 마디로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골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조가 없는 건물이 없고, 뼈대가 없는 사람이 없듯, 타이어코드가 없는 타이어는 찾아보기 힘들겠죠. 공업용 차량에 순순하게 고무만을 사용한 타이어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부분의 차량 타이어에는 타이어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초기 타이어코드는 면을 소재로 한 것이었으나, 이후에는 레이온, 나일론, 폴리에스터와 같은 화학섬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효성이 1964년 국내 최초로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05년 현재 미쉐린을 비롯한 굴지의 해외 타이어 업체들과 한국타이어 등의 국내 타이어 업체 대부분에 타이어코드를 공급하는 세계 1위의 타이어코드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타이어의 순간 복원이 쉽지 않은 이유의 포인트는 바로 이 ‘골격’에 있습니다. 요행히 요철이 타이어코드들의 사이로 비집 고 들어와 펑크가 난 케 이스라면, 타이어 외부의 구멍만 메워도 주행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철이 타이어코드에 손상을 주었을 경우에는 외부의 펑크만 메우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데요. 타이어코드가 끊어지면, 끊어진 부분은 타이어의 기본구조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어져 결국 공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의 장면처럼 길고 날카로운 스파이크들에 의해 타이어에 수많은 펑크가 난 상황이라면 타이어코드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경우, 타이어가 제구실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필히 이 타이어코드를 다시 이어야 하는데…

간단한 상상만으로도, 두꺼운 고무층을 뚫고 끊어진 지점을 찾아 타이어코드들을 연결하는 것은 결코 수 초 내에 이루어 질 수 없는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영화 속 본드카처럼 순식간에 타이어를 복원하는 멋들어진 액션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멋을 포기하고 펑크가 나도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최대 속도와 주행가능 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007에겐 적합하지 않겠죠?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난 상황에서 최대 시속 100km의 속도로 3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007의 본드카가 굳이 ‘순간 자동재생 타이어’를 고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일는지도 모릅니다. 가까운 미래에 타이어의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본드카의 ‘순간 자동재생 타이어’가 개발되기를 기대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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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제임스뽄드 2011.06.21 09:42 프로필 이미지
    네버다이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은 불가능한 것이였군요. 그리고 타이어코드라는 것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