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작4] 당일도 가능했던 오지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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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꽁얼어붙은 대지가 녹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면 늘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 가평의 수락폭포라는 곳입니다. 봄을 느끼기에 여행보다 더 좋은것이 있을까요, 바쁜일상에 쫓기다보면 내가 삶의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디쯤인지 의구심이 들지않을 수 없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단순히 떠난다는 행위보다 더 많은 의미를 주고는 합니다. 복잡하게 짜여진 일상에서 조금만 숨돌려 자신을 뒤돌아 본다면... 우리는 가족과 주위를 배려하는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저같은 경우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 최소 한 달에 한번 가량은 당일코스나 1박 2일 코스로 부담없이 다녀오기도 하는데요. 저처럼 승용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기차가 너무나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승용차없이 1박 2일코스나 당일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곳을 추천도 드리고 아름다웠던 여행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자 글을 띄웁니다.

워낙 걷는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않아 트레킹을 할만한 곳을 여행책자에서 뒤지다가 수락폭포라는 곳을 알게되었습니다. '당일'과 '오지'가 약간 언발런스 한것 같지만 여행을 다녀와서는 '잘만 찾아보면 가까운 거리에 오히려 이런 근사한 곳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평까지 기차로 1시간 10분...그리고 가평역에서 6km남짓 떨어져있는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평기차역에서 출발 왕복 걸으면 다섯시간정도) 일단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으며 그 정도면 하루코스로 꽉 채워서 다녀올 수 있을듯 싶었습니다.

걷는걸 유난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처음부터 걷기로 작정을 하고서는 길을 물어 물어 서둘렀죠. 등산이라고 할만할 정도로 힘든 걸음은 아니었고 말그대로 가벼운 트레킹 정도였습니다. 워낙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휴일임에도 거의 등산객들을 간간히 만날 수 있을뿐이었고 많이 외진곳이라 만약 혼자 간다면 대낮이라도 좀 무서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이런 조용하고 사람때가 덜 묻은곳을 원한다면 청량한 물소리, 새소리를 벗삼아 산림욕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좋습니다.

가평역에서 가평천주교회까지 걸어와 도로가만 벗어나면 그때부터 시멘트로 발라진 무척이나 한적한 길이 나타나고 또 그 시멘트길을 벗어나면 시골의 전형적인 풍경이 나타납니다. 개발이 다른곳보다 덜 된 곳이라 지저분한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찾아가는 대충적인 코스는 가평역 - 가평천주교회 - 경반산장 - 궁소유원지 - 경반폐교 - 경반사 - 수락폭포 이렇습니다.

경반산장을 지나 산길을 계속하여 걸으면 징검다리로 건너는 계곡물이 나타납니다.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런 계곡물을 4~5 군데 건너면 수락폭포가 거의 다 와 가고 있다는 거지요. 인자요산이라는 사자성어도 있지만 어릴때는 바다가 무척 좋더니 지금은 인자하지도 않은데 산이 훨씬 좋습니다. 아기자기한 산의형상, 바윗돌, 바람소리들은 깨끗이 순화되는듯한 느낌이 저절로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모든것은 아름답고 소중하다라는 느낌... 도시에 갇혀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면 사실 이 자연의 소중함과 진기함을 느낄 겨를도 없습니다. 더구나 장거리로 걷다보면 '나도 자연의 일부다. 나는 자연의 자식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수락폭포... 가평역에서 세 시간 트레킹하여 도착한 수락폭포. 생각보다 거대한 물줄기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한 산세에 가려져 보석처럼 빛나는 물줄기는 정겹고 고마운 물줄기였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여행은 때로 목적지보다 도착하는 과정이 더 의미있을때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우리의 삶의 과정들처럼 말입니다. 눈으로는 싱그런 녹음을 느끼고 후각적으로는 잣나무향을 맡으며 흙길을 밟는 내 튼튼한 두 발... 뺨을 스치는 가을 바람... 온몸으로 자연을 껴안았던...(아니 자연이 날 껴안았던) 만족스러운 여행입니다. 이 적극적인 휴식... 원하시면 민박을 할 수 있는곳도 많기때문에 1박 2일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오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수락폭포 트레킹을 마치고 산행길 초입부분에 있는 '밥' 집(간판에 붓글씨로 '밥'자만 써있습니다.)에 들어가 먹는 '닭볶음'과 동동주. 이 음식점의 특징은 겉에는 자연친화적으로 황토로 발라져있기도 하지만 다른 음식점들처럼 상업적이지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시골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는지 손때묻어 반질반질한 어릴적 대청마루가 그대로 입니다.

거기다 안주인이 내오는 산나물반찬등은 너무나 신선하고 작은 동동주잔... 담백한 반찬... 옛멋이 풍기는 식기들과 소품들 또한 자연에 하루종일 파묻혔던 하루의 일정을 나른하고 따스하게 마무리해줍니다. 천정에는 달려있는 한지로 만든 등으로 따스한 등불이 비치면 사랑하는 연인 또는 친구와 동동주 한 잔 마시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 행복이란 이렇게 평범하면서도 내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구나. 라는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네...우리는 이 작은 행복을 위해 일상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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