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지역별 한국 전통주 “어서 와, 전통주는 처음이지?”

Story/효성




예로부터 우리 술은 ‘약주’로 불렸습니다. 술이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하는 술이 되도록 전국 각지의 좋은 재료들로 술을 만들어 즐기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것이죠. 요즘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진 전통주가 지역 특산품의 하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데요. 추석을 맞이하여 지역별 유명 전통주를 소개합니다.




 전국 8도 전통주 맛보기


프랑스 와인에 지역 고유의 맛을 나타내는 ‘떼루아’가 있듯 우리나라 전국 8도에도 지역 전통주가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방식 그대로 정성스럽게 담근 술은 그 맛과 향이 일품이라는데요. 전국 8도 전통주 맛 한 번 보실래요?



‘경기도’ 전통주


 

군포당정옥로주 | 사진: 농촌진흥청



‘군포당정옥로주’는 찹쌀과 율무로 빚은 경기도 지방의 전통술로, 현재 경기도 시도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술을 빚을 때 증기가 액화되는 과정에서 옥구슬 같은 이슬방울이 떨어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군포당정옥로주’는 유씨 가문에서 1880년경부터 만들어 먹던 가양주입니다. 그윽한 향이 독특하고 술맛이 부드러워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고 숙취 또한 없다는데요. 도수가 높기 때문에 완전하게 봉해 놓으면 영구히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래 저장할수록 술맛이 더욱 좋습니다.


 

남한산성소주 | 사진: 우리술포탈



그 역사가 무려 400년이 넘는다고 알려진 ‘남한산성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40도나 되지만 독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입니다. 남한산성에서 나는 좋은 물과 쌀, 그리고 통밀 누룩과 재래식 조청을 넣어 빚었기 때문이죠.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선조 때 전쟁에 대비해 남한산성을 축조하면서 경기도 광주 일대 도시가 번성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술과 음식이 함께 발달했다고 해요. 남한산성소주도 이때부터 빚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남한산성소주는 임금이 행궁에 머물 때 진상될 정도로 귀한 술이었어요. 현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술로 지금도 제사나 귀한 손님 대접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전통주


 


옥선주 | 사진: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옥선주’는 강원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통주로 옥수수와 쌀로 발효하여 갈근(칡)으로 숙성시킨 술입니다. 옛날 한 선비가 괴질을 앓는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흐르는 피와 허벅지 살을 베어내 봉양했는데 임금이 이를 알고 정3품 벼슬을 내렸다고 해요. 이에 선비는 임금에게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주인 약소주를 진상했고 부인의 함자를 따 옥선주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후손이 전통주 제조 비법을 이어받아 1994년 전통식품 명인 제3호로 지정됐으며 100여 년의 세월을 넘어 현재까지 전통 방법 그대로 옥선주를 빚고 있습니다. 알코올 농도 40%의 증류식 순곡주로 술 특유의 날카롭게 쓴 맛은 없고 그윽한 곡향이 입안 가득 감돌면서 시원하고 화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충청도’ 전통주


 

한산 소곡주 | 사진: 우리술포탈



‘한산 소곡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궁중 술로 15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요. 백제가 망하고 백성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소곡주를 빚어 마셨다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한데요.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려고 젓가락으로 찍어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아 계속 먹다 취해 일어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고추 등을 넣고 100일간 숙성을 하여 빚어지는데요.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감미로운 향과 특유의 감칠맛에 혹해 마시기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도 있으니 그 맛이 참 궁금하죠?


 

면천 두견주 | 사진: 면천두견주보존회



‘면천 두견주’는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근 향기 나는 민속주로 고려 시대부터 전래하여 내려옵니다.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병이 들었는데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도 병이 낫지 않자 그의 어린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다고 해요. 그러자 신선이 나타나 이르기를 아미산에 활짝 핀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어 100일 후에 마시라고 하였다는데요. 딸이 그대로 하였더니 복지겸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전해집니다. 이에 두견주는 예로부터 백약 지장이라 일컬을 만큼 몸에 좋은 술로 알려져 있어요. 동의보감에 혈액순환과 피로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경상도’ 전통주


 

명인안동소주 | 사진: 우리술포탈



‘명인안동소주’는 안동 반남 박씨 가문에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로 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안동소주는 명문가의 접객용으로뿐 아니라, 상처, 배앓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에 좋아 약용으로 쓰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고유의 곡향과 깔끔한 뒷맛이 외국 사람의 입맛에도 좋아 요즘 더욱 널리 사랑받고 있는데요. 세계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에서 외국 심사단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더블 골드메달을 받기도 했을 만큼 맛이 일품입니다.


 

경주법주 | 사진: 우리술포탈



‘경주법주’는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의 최씨 집안에서 여러 대에 걸쳐 빚어온 법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86-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던 상옹원에서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처음 빚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제조기법은 최씨 집안에서 여러 대에 걸쳐 철저히 맏며느리들에게만 전수되어 오고 있습니다. 토종 찹쌀, 물, 밀을 주원료로 만든 경주법주는 3백여 년 동안 전해져 오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토속명주로, 신라 시대의 궁중 비법으로 만든 신라의 비주라 일컬어지기도 하는데요. 사계절 내내 수량과 수온이 거의 일정하고 맛 좋은 집 안의 재래식 우물물로 만들어 감미로운 향취와 맛이 일품입니다.



‘전라도’ 전통주


 

이강주 | 사진: 전주 이강주몰



전주의 ‘이강주’는 6대를 이어온 전통 가양주입니다. 토종 소주에 배, 생강, 강황, 계피를 넣고 꿀을 가미해 만드는 전통주로, 조선 중기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되었던 조선 3대 명주 중의 하나입니다. 이강주가 전주에 정착한 배경에는 태조 이성계와 동고동락한 조인옥의 영향이 컸는데요. 바로 동방사현 중 한 명인 조광조를 배출한 한양 조씨 가문이죠. 구한말에 그 후손이 전주의 부사로 오게 되는데, 그러면서 집에서 담그는 약소주로 이강주를 빚게 되고, 이 전주 부사의 손자가 지금 이강주를 빚는 조정형 명인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래 묵힐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는 이강주는 지금도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죽력고 | 사진: 우리술포탈



‘죽력고’는 육당 최남선이 관서감홍로와 이강주에 이어 ‘조선 3대 명주’라고 일컬은 전통주인데요. 푸른 대나무를 구워 대의 진액을 뽑아 만드는 죽력과 꿀, 생강을 사용하여 빚는 술입니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관원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자 지역 주민들이 죽력고를 마시게 했고, 죽력고를 3잔 마시고 몸이 나아 수레 위에서 꼿꼿하게 앉은 채로 서울로 압송되었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이후 죽력고는 ‘멍들고 병든 몸을 추스르는데 이만한 약도 없다’하여 명약주로 널리 회자하였습니다.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상쾌한 느낌의 죽풍 향기와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그리고 마시고 난 뒤 은은한 흥취를 주는 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의 지역 전통주


 

감홍로 | 사진: 우리술포탈



관서감홍로 최남선이 조선의 3대 명주 중 하나로 뽑은 ‘관서감홍로’는 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관서지방에서 생산되고, 그 맛이 달고(甘) 붉은 빛깔(紅)을 띠는 이슬 같은 술(露)’이라는 뜻입니다. 여느 소주류와는 다르게 두세 차례 증류를 한 까닭에 알코올도수가 45~70%에 이르는 고도주로 아주 독하면서도 매우 달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마시기 전부터 연지와 같은 아름다운 술 빛깔에 매혹된다고 해요. 관서감홍로에는 조선 시대 어느 평안감사를 승차시켜 중앙부처로 불러들였는데, ‘감홍로를 못 잊어 평양을 떠날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는데요. 이 때문에 ‘평안감사도 저 싫다 하면 하는 수 없다’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하니, 관서감홍로의 향기와 맛이 어떤지 더욱 궁금합니다.


 

문배주 | 사진: 우리술포탈



1986년 면천두견주, 경주교동법주와 함께 향토술담그기로 국가무형문화재 제86-1호로 지정된 ‘문배주’는 술의 향기가 문배나무의 과실에서 풍기는 향기와 같다고 하여 문배주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고려 건국초기에 왕건에게 문배주가 진상되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이미 그 전부터 빚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밀, 좁쌀, 수수를 원료로 하는 평안도 지방의 향토술로 알코올 도수는 본래 40도 정도이지만 증류 및 숙성이 끝나면 48.1도에 달하므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합니다. 한 잔만 마셔도 달큰한 문배향이 입 안 가득 남고 뒤끝 또한 깔끔하고 개운해 지금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오메기술 | 사진: 우리술포탈



논이 흔하지 않은 제주도에서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대신 차조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제주 지역의 전통주가 시도무형문화재 제주도 제3호로 지정된 ‘오메기술’입니다. 이 오메기술은 차조로 만드는 오메기 떡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일명 강술이라고도 불립니다. 오래 두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고 더 좋아지는 장점이 있죠. 특히 일반 쌀보다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차조로 빚었기에 약주로 지칭되며 제주도 주민들이 이웃들과 함께 즐겨 마시는 술입니다.




길고 긴 추석 연휴.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친지들과 술 한 잔을 기울며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추석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계시는가요? 여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가 더해지면 더욱더 맛있고 정겨운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대 과음은 금물이라는 점, 잊지 마시고요. 아무쪼록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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