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방법, ‘놈코어’ 하게!

Story/효성

 

 

지난 여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방에 하나씩 ‘마이 보틀’을 넣고 다니며 물을 마셨던 일 기억하시죠? 투명한 물통에 ‘MY BOTTLE’이라는 심플한 글씨가 적힌 게 전부인 이 물병이 3만원에서 7만원을 호가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품절 현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국내에서 유행했었는데요. 그 이유인 즉, 심플함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뜨겁게 일기 시작한 ‘놈코어’ 열풍이 2015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인 놈코어(Normcore)는 평범함 속에서 자신만의 멋을 연출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조금 전 소개한 ‘마이 보틀’ 사례도 놈코어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평범해서는 안 되고, 비슷한 듯 하지만 똑같아서는 안 되는 소화하기 다소 애매한 트렌드, 놈코어가 대체 무엇인지 집중 분석해 보았습니다.

 

 


놈코어(Normcore) 신조어의 탄생

 

놈코어라는 단어는 2005년, 윌리엄 깁슨의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주인공의 옷차림을 설명할 때 처음 쓰였는데요. “검정 티셔츠, 동부의 사립 초등학교에 납품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회색 브이넥 풀오버, 오버사이즈 블랙 리바이스 501”가 윌리엄 깁슨이 생각한 놈코어 패션이었죠.

 

이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3년 10월, 뉴욕의 트렌드 예측 회사 ‘K-Hole’에서 놈코어를 새로운 경향으로 제안하면서부터입니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는 다르지 않음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후 지난해 4월 위키피아는 놈코어를 신조어로 등록하며 “동일함에 동조하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트렌드”라고 정의 했습니다. 그 이후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빠르게 놈코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죠.

 


놈코어의 시작, 패션에서부터

 

패션업계에서는 앞다투어 놈코어 트렌드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함 보다는 심플하고 노멀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놈코어 패션을 전파한 것이죠. 누구나 집에 있을 법한 의상으로 멋을 부린 놈코어 패션은 청바지와 터틀넥에 아무렇게나 걸치고 나온 듯한 코트, 머플러와 박시한 남방, 스키니 팬츠와 로퍼로 마무리한 패션 등 누가 봐도 특별할 것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편안한 듯 보이지만 꾸몄고, 집에서 입던 옷을 대충 걸친 듯 하지만 철저한 연출에 의해 완성된 룩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베이직한 아이템을 ‘튀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 있죠. ‘도대체 놈코어와 노멀(Normal)의 차이가 무엇인가?’ 평범하고 편안한 의상을 추구하는 것은 노멀에 가깝지 않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죠. 맞습니다. 사실 놈코어와 노멀은 한 끗 차이입니다. 노멀에 ‘감각’을 가미했냐? 안 했냐? 의 차이. 지극히 주관적이죠? 그렇다면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로만 코디한 스티브 잡스의 의상은 어떨까요? 일각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의상이 놈코어 패션이다, 아니다”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 스티브 잡스의 신념 아니었을까요?

 


럭셔리의 다른 이름, 놈코어

 

‘누구나 할 수 있는 놈코어 패션’이라고 이야기 하는 패션업계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놈코어 트렌드를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트렌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트렌드코리아 2015’라는 책을 보면, 놈코어 현상을 럭셔리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해 두었는데요. 가장 평범한 것이 오히려 주목을 받고, 얼마나 갖고 있느냐 보다는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를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것이죠. ‘마이보틀’처럼 단순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움이 숨겨져 있거나, 일반인이 가질 수 없는 시간적인 여유를 맘껏 향유하는 것이 놈코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 소길댁이 된 가수 이효리 씨를 보면, 파자마를 입고 텃밭에서 직접 채소 등을 재배하는 전원생활이 소박해 보이지만,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처럼 평범함을 부각해 세련되고 멋진 취향을 드러내는 럭셔리 라이프가 놈코어의 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놈코어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킨포크(Kinfolk)’

 

놈코어 트렌드가 주목 받는 이유는 사회인식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소비 가치를 높이는 힘이 이제는 럭셔리 보다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변화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놈코어와 함께 ‘킨포크 라이프’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킨포크(Kinfolk)는 친척이나 일가,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느긋하고 소박한 일상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고 있는데요. 삶의 속도를 늦추고, 가까운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죠. 하지만, 킨포크 라이프 역시 럭셔리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허세’로 비하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행복을 찾는 라이프가 킨포크의 전정한 의미라고 할 때, 킨포크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것 같죠?

 

 

 


사실 ‘놈코어’에 대한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놈코어는 무엇이다”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에서 정의하는 내용이 달라서 일수도 있고, 개인적 견해 차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자신감과 당당함에서 빛을 발하는 트렌드라는 점인데요.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옷을 입어도 나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는 자신감! 소박한 삶을 살고 있어도 나만 느끼는 특별한 만족을 즐기는 당당함! 이야 말로 진정한 놈코어라고 할 수 있죠. 2015년,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으세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놈코어’ 하게! 살아보실 것을 추천합니다.